문예위 직원 "블랙리스트, 문체부 지시 수행" 공통 증언(종합)

뉴스1 제공  | 2017.04.26 18:40

문예위 임원 2명·책임심의위원 1명 김기춘 공판 증인
"블랙리스트 관여한 점 문화예술인에게 송구스럽다"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블랙리스트' 작성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7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4.2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 간부와 심의위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전달받아 문화예술인 지원사업에 적용했다고 공통되게 증언했다. 이들은 모두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이유를 불문하고 문화예술인에게 사죄의 뜻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26일 열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77)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0)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7회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모 전 문예위 공연예술본부장(현 문화누리부장)과 홍모 전 공연지원부 차장(현 부장), 하응백 책임심의위원(문학평론가)은 문체부가 하달한 지원 배제 명단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문예위가 임차해 운영하는 극장대관 공모건에서, 홍 전 차장은 공연지원부의 창작산실사업에서, 하 심의위원은 아르코문학창작기금사업에서 문체부 직원으로부터 지원배제 명단을 적용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지원배제 명단이 적용된 방식은 비슷했다. 우선 사업을 공고한 후 신청자들이 접수하면, 명단을 문체부에 올려보낸다. 그럼 약 2주 뒤 문체부 담당자들이 문예위 직원에게 전화해 지원을 배제할 사람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지원배제 명단을 받은 이 본부장은 심의가 열리는 현장에서 심의위원들에게 단점을 부각해 설명했다. 그는 "지원배제 명단을 받았는데 이를 숨기고 단점 논리를 찾아 설명하는 게 힘들었다"고 증언했다. 문체부 담당자에게 지원배제 사유를 물어도 "절대로 답해주지 않아 논리를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었다.

홍 전 차장도 지난해 공연지원부 차장으로 근무하면서 아르코인력개발원에서 무대인력을 지원하는 사업 등에서 문체부의 지원배제 지시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전에 없었던 지원배제에 대한 문체부의 요청이 있어서 당시 개발원장 등 직원들이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구체적으로 청와대에서 지시가 내려온 건 몰랐지만 루머처럼 청와대나 국정원이 문체부를 거쳐 지시를 한다는 것은 직원들 사이에서 알려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2014년 봄부터 다음해 6월까지 문예위 책임심의위원으로 활동하며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사업 등의 심의를 진행한 하 위원은 '블랙리스트'에 오른 작가를 제외해달라는 문예위 직원의 부탁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 위원은 "문체부 지시로 심사에서 선발된 102명 가운데 18명이 검열에 걸려 다른 심의위원을 설득해 이들을 뺄 수 없느냐는 부탁을 받았다"며 "8명은 끝까지 배제하라고 해 당시 심의위원들은 도장을 찍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하 평론가는 당시 상황을 전하며 "블랙리스트를 진행한 사람에 대해 정권이 바뀌면 감옥에 갈거다"라는 말을 했다고도 밝혔다.

이들은 모두 이번 사태에 대해 문화예술인들에게 사죄의 뜻을 나타냈다. 이 본부장은 "증언 과정에서조차 상당한 자괴감을 느낀다"며 "문화예술인은 우리의 동반자인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업무를 한 것은 시인하고 많은 예술인에게 사과하고 싶다, 정말 사과드린다"며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 창피하고 법의 결정을 통해서 향후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 위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이런 불행한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짧게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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