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26일 열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77)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0)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7회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모 전 문예위 공연예술본부장(현 문화누리부장)과 홍모 전 공연지원부 차장(현 부장), 하응백 책임심의위원(문학평론가)은 문체부가 하달한 지원 배제 명단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문예위가 임차해 운영하는 극장대관 공모건에서, 홍 전 차장은 공연지원부의 창작산실사업에서, 하 심의위원은 아르코문학창작기금사업에서 문체부 직원으로부터 지원배제 명단을 적용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지원배제 명단이 적용된 방식은 비슷했다. 우선 사업을 공고한 후 신청자들이 접수하면, 명단을 문체부에 올려보낸다. 그럼 약 2주 뒤 문체부 담당자들이 문예위 직원에게 전화해 지원을 배제할 사람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지원배제 명단을 받은 이 본부장은 심의가 열리는 현장에서 심의위원들에게 단점을 부각해 설명했다. 그는 "지원배제 명단을 받았는데 이를 숨기고 단점 논리를 찾아 설명하는 게 힘들었다"고 증언했다. 문체부 담당자에게 지원배제 사유를 물어도 "절대로 답해주지 않아 논리를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었다.
홍 전 차장도 지난해 공연지원부 차장으로 근무하면서 아르코인력개발원에서 무대인력을 지원하는 사업 등에서 문체부의 지원배제 지시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전에 없었던 지원배제에 대한 문체부의 요청이 있어서 당시 개발원장 등 직원들이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구체적으로 청와대에서 지시가 내려온 건 몰랐지만 루머처럼 청와대나 국정원이 문체부를 거쳐 지시를 한다는 것은 직원들 사이에서 알려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2014년 봄부터 다음해 6월까지 문예위 책임심의위원으로 활동하며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사업 등의 심의를 진행한 하 위원은 '블랙리스트'에 오른 작가를 제외해달라는 문예위 직원의 부탁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 위원은 "문체부 지시로 심사에서 선발된 102명 가운데 18명이 검열에 걸려 다른 심의위원을 설득해 이들을 뺄 수 없느냐는 부탁을 받았다"며 "8명은 끝까지 배제하라고 해 당시 심의위원들은 도장을 찍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하 평론가는 당시 상황을 전하며 "블랙리스트를 진행한 사람에 대해 정권이 바뀌면 감옥에 갈거다"라는 말을 했다고도 밝혔다.
이들은 모두 이번 사태에 대해 문화예술인들에게 사죄의 뜻을 나타냈다. 이 본부장은 "증언 과정에서조차 상당한 자괴감을 느낀다"며 "문화예술인은 우리의 동반자인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업무를 한 것은 시인하고 많은 예술인에게 사과하고 싶다, 정말 사과드린다"며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 창피하고 법의 결정을 통해서 향후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 위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이런 불행한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짧게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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