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한글 시조집 '청구영언' 원본 첫 공개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 2017.04.26 16:17

28일부터 한글박물관 기획전시 '순간의 풍경들, '청구영언' 한글 노랫말 이야기'

조선후기 가객 김천택이 1728년 편찬한 우리나라 최고(最古) 시조집인 ‘청구영언’ 원본이 26일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사진=뉴스1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료 / 깊은 시골 어리석은 이 이렇다 어떠하료 / 하물며 자연을 즐기는 고질병 고쳐 무엇하료.'(이황, '도산십이곡')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려있는 익숙한 노랫말이지만 출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고려시대 말~조선시대에 지어진 노랫말은 누가 어디에 기록해서 오늘날까지 전해진 걸까.

국립한글박물관은 26일 기획특별전 '순간의 풍경들, '청구영언'(靑丘永言) 한글 노랫말 이야기' 언론간담회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노랫말 모음집인 '청구영언' 원본을 처음으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4월 28일부터 9월 3일까지다.

'우리나라 노래'라는 뜻의 '청구영언'은 1728년 가객 김천택이 개인 문집에 실려 있거나 구전으로만 전하던 가곡의 노랫말 580수를 필사해 악곡을 중심으로 시대별, 인물별로 엮은 책이다. 임금, 사대부, 기녀, 중인, 무명씨 등 다양한 사람들이 즐겨 불렀던 노랫말들이 한글로 실려 있다. 우리 노랫말의 원형을 담고 있는 책으로 문학사적 가치가 높다.

'청구영언' 원본은 개인이 소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극소수의 학자를 제외하고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었다. 따라서 이번 전시 전까지 시조 연구는 1948년 조선진서간행회가 발행한 활자본 '김천택 편 청구영언'('진본 청구영언')을 토대로 이뤄졌다.

2013년 9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글박물관 추진 태스크포스(TF)가 개인으로부터 청구영언을 구입한 이후 국립한글박물관 상설전시실에서 중요 자료로 전시했지만 지난해 7월에야 이것이 청구영언 원본임이 밝혀졌다. 이후 국립한글박물관은 연구·조사를 거쳐 영인본과 주해서를 발간하고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주해서 발간 작업에 참여한 권순회 한국교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수많은 옛 시조들이 교과서에 실려있지만 이게 청구영언에 실린 건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청구영언' 원본 공개는) 100년 된 국문학 연구에 있어 학술사적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벅찬 심정을 밝혔다.

국립한글박물관은 28일부터 시작하는 기획특별전 '순간의 풍경들, '청구영언'(靑丘永言) 한글 노랫말 이야기'에서 '청구영언'에 수록된 노랫말을 영상 등을 통해 오늘날의 모습으로 풀어냈다고 밝혔다. /사진=국립한글박물관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 대표 3대 가집인 김천택의 '청구영언', 김수장의 '해동가요'(계명대 도서관 소장), 박효관·안민영의 '가곡원류'(국립국악원 소장)가 한 자리에 모이는 첫 전시이자 조선시대 가집을 주제로 한 최초의 전시이기도 하다.

일반인들이 옛 노랫말에 쉽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현대 도시 공간을 배경으로 전시장을 구성했다. 조선 후기 한양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평범한 노랫말부터 뜨거운 사랑과 욕망을 담은 수위 높은 노랫말까지 당시의 면면들을 손글씨로 적어 전시했다. '청구영언' 420번 노랫말인 '푸른 산도 절로절로'는 영화 '부산행'의 음악을 담당했던 장영규 작가와 여창 가객 박민희가 협력해 현대적인 감각의 새로운 노래로 재탄생시켰다.

김철민 국립한글박물관장은 "('청구영언' 속) 노랫말에 담겨있는 삶의 모습들이 지금과 비교했을 때 그다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며 "고려 말 이후 우리 가곡에 담겨있는 풍류를 음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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