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연금지급액을 줄이려다 총리직을 날리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연금수급연령을 65세로 67세로 늦추려다 정권을 내준 것 등이 그 예다.
한국에서도 2명의 보건복지부 장관이 물러나야 했다. 국민연금법을 개정하려던 유시민 장관, 기초연금 공약 후퇴 논란에 휩싸인 진 영 장관이 그들이다.
연금정치는 총선이나 대선 때 출몰한다. 이번 대선도 예외가 아니어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과 기초연금 증액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두 가지는 참여정부 때 하나로 엮인 사안이다. 유 전장관은 “적게 내고 많이 받아 후세대를 착취하는 부도덕한 제도”라며 국민연금을 뜯어고치려고 했다. 당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60%였다. 100만원의 월급을 받던 이가 은퇴 뒤 60만원의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50%로 낮추는 대신 9%인 보험료율을 2030년까지 15.9%로 올리려 했다.
그러나 여야가 부딪친 끝에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기존처럼 9%로 두되 소득대체율을 2008년 50%로 낮추고 2009년부턴 매년 0.5%포인트 떨어뜨려 2028년엔 40%로 하는 선에서 절충했다.
국민연금을 덜 주기로 하면서 기초노령연금을 신설했는데 시행 첫해 국민연금 가입자 3년간 평균소득의 5%(8만9000원)인 기초노령연금액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40%가 되는 시점인 2028년엔 10%가 되도록 했다. 소득대체율을 50%로 맞추겠다는 의도였다.
박근혜정부는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으로 이름을 살짝 바꿔 20만원으로 높이되 재정부담을 던다는 차원에서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가입자의 ‘소득’이 아니라 ‘물가상승률’과 연동했다.
잠복했던 두 연금이슈를 쟁점화한 건 2007년 국민연금 개정안이 통과될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다. 그는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기로 여야가 합의했다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을 공약에 담았다. 심상정 진보당 후보도 같은 공약을 내세웠다.
문 후보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연계를 폐지하고 기초연금을 더 준다는 방안을 내놓았는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 후보가 같은 방식이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국민연금과 연계를 유지하면서 더 주자는 쪽이다.
문제는 소득대체율을 높이기 위해선 보험료율을 높이거나 연금받는 나이를 늦추거나 또는 세금을 집어넣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초연금 역시 세금을 더 걷거나 정부가 빚을 내야 한다. 그런데 재원에 대한 구체적 방도는 다들 말하지 않고 있다.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연금에 대한 ‘철학’은 없고 ‘정치적 계산’만 있다는 점이다.
참여정부의 문제의식을 문 후보가 계승했다면 국민연금을 늘릴 경우 기초연금은 줄여야 하는데 둘 다 더 주겠다고 한다. 국민연금 정책은 아예 정반대로 간다. 기초노령연금이 만들어지기 전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줘야 한다던 옛 한나라당의 논리는 진보당 심 후보가 주장한다. 문 후보, 홍 후보, 유 후보 등은 ‘65세 이상 하위 70%’ 진영인데 참여정부가 ‘하위 45%’였던 원안을 물리고 ‘최초 하위 60%, 2009년부터 하위 70%’로 한나라당과 타협한 것을 그나마 이어받은 셈이다.
연금에 대한 각 정당의 정책이 그때그때 다르다는 것은 표를 사기 위한 ‘정치의 타락’을 의미한다. 어느 후보든 정권을 차지하면 ‘정치를 위한 연금’보다 ‘연금을 위한 정치’를 다시 고민해보기 바란다. 그게 정도(正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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