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행 오른 최태원 "할 말은 다녀와서"...주종(主種) 바꾸는 재계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남형도 기자 | 2017.04.25 05:00

삼성 '전장·바이오' SK '반도체' LG '전장'…4차산업혁명 앞두고 새 항로 설정 분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도시바 인수전을 위해 24일 오후 서울 강서구 공항동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사진=임성균 기자
"다녀와서 얘기하겠다. 당장은 할 말이 없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4일 오후 2시 김포국제공항에서 전용기를 타고 2박 3일의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20조원 이상으로 거론되는 일본 반도체업체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초점을 맞춘 행보다.

지난 17일 출국금지 해제 이후 일주일만의 첫 해외 행선지로 일본을 선택한 데서 그동안 석유화학과 통신을 성장축으로 이끌어온 최 회장이 반도체 사업에 거는 무게감이 드러난다는 해석이 나온다. 어떻게든 반도체 부문을 그룹의 캐시카우이자 새로운 동력으로 키워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평가다.

최 회장은 이날 검은색 뿔테 안경과 얇은 점퍼, 하늘색 와이셔츠 차림으로 김포공항 비즈니스센터에 도착했다. 현장엔 최 회장 혼자 모습을 보였지만 출국길엔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지난 20일 사회적기업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단순히 기업을 돈 주고 사는 것보다 좀더 나은 개념에서 생각해보도록 접근하겠다"고 말해 반도체 사업에서의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 도시바와 어떤 형태로든 협업 방안을 찾고 있음을 시사했다.

◇ 삼성·LG도 새 항로 설정 분주 = 최근 불거진 대기업들의 주력업종 변신 측면에서 최 회장의 반대편에는 LG그룹이 서 있다. 올 초 재계를 놀라게 했던 LG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LG실트론 매각을 두고 시장에선 반도체사업에 대한 마지막 정을 끊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룹 내부에서도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 주도의 반도체사업 구조조정 이후 유일하게 남은 LG실트론이 다른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LG의 대안은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사업이다. LG전자는 국내 대기업그룹 중 가장 먼저 전장사업에 뛰어들었다. 2013년 그룹 내 흩어진 자동차 부품 관련 조직을 통합해 LG전자 VC사업본부를 꾸린 뒤 최근 2년새에만 소속 인원이 2배 가까이 늘었다.


VC부문은 올해 말에야 흑자 실적이 전망되지만 GM의 첫 순수 전기차 '볼트EV'의 심장에 해당하는 모터 등 핵심부품 10여종을 공급하면서 글로벌시장에 뚜렷한 각인을 새겼다. LG그룹의 또다른 주력계열사인 LG화학도 볼트EV의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사로 채택되면서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최근 삼성그룹의 방향타 역시 전장사업을 향하고 있다. 2015년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 등 방산계열사 매각 이후 이런 흐름에 속도가 더 붙었다. 삼성전자는 올초 미국 전자업체 하만 인수로 글로벌 전장업체와의 격차를 단숨에 좁혔다.

국내 기업 M&A 사례 중 최고가를 기록한 9조원대의 인수가격은 전장사업에 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를 단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다. 삼성은 지난해 7월 세계 1위 전기차 제조사인 중국 비야디(BYD)에 30억위안(약 4980억원)을 지분투자하기도 했다.

바이오시장도 삼성이 노리는 투트랙 성장 분야다. 이 부회장은 2011년 설립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시설에만 3조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렌플렉시스'가 지난 22일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판매허가 승인을 받으면서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기 시작했다.

국내 대표기업들의 이런 행보를 3세 오너들의 실용주의와 연관지어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잘하는 시장에 집중하고 부족한 부분은 외부에서 수혈하는 시스템이 뿌리내렸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미래를 담보할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오너들의 두뇌싸움이 불붙은 것"이라며 "중국의 저성장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등 험난한 파고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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