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탈핵 주장. 논리적 근거는

머니투데이 김규태 동국대학교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 | 2017.05.03 05:00
김규태 동국대학교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
최근 정치권 일부에서는 우리나라를 '탈원전'. 즉, '원전 제로 국가'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국민들의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부 시민들도 최근 상영된 '판도라' 영화를 통해 원전 사고를 가상 체험하며 탈핵 정책에 암묵적으로 찬성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탈핵 분위기는 실질적인 원전 안전성 문제에 의해 형성된 것 같지는 않다.

로마제국의 현군인 아우구스티누스의 '명상록'에서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네 가지 덕목으로 '지혜, 정의감, 강인성, 자제력'을 언급하고 있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지혜'를 꼽고 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지혜'란 국가가 처해있는 상황과 국가의 앞날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분석하고 결합해 최적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지적 능력'이라고 했다.

에너지 정책 수립측면에서 보면 최적의 에너지정책 결정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에너지 관련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다.

만약 데이터가 없으면 선진국의 에너지정책에 대한 벤치마킹이 요구된다.

원전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사는 개발자가 지켜야 할 금과옥조를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우리는 오직 데이터만을 믿는다. 우리는 반짝이는 영감(intuition)이나 상상력을 믿지 않는다."

웨스팅하우스사에 의하면 데이터 없이 내린 의사결정은 대부분 실패를 가져왔고 브랜드 가치 하락 및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초래됐다고 한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인 빌 게이츠는 차세대 원자로인 고속로 개발을 위해 '테라파워'를 설립했다.

'테라파워'를 설립하기 전에 빌 게이츠는 방대한 원자력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고 원자력 전공서적을 섭렵해 고속로 개발 타당성을 확신했다고 한다.

현재 선진국들의 원자력 정책을 살펴보면 영국은 2030년까지 전력의 30%를 원자력 발전을 통해 생산할 계획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여파에도 불구하고 원전 운전을 재개하고 있고 수명연장을 연이어 허가 하고 있다.

2015년 7월 2030년 장기에너지 수급계획에서 원전 비중을 20~22%로 설정했을 정도다.

미국은 셰일 가스 개발로 가스 발전이 원자력보다 비용이 저렴해지자 이산화탄소 감축 기여도를 평가해 원전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중국은 전력 수요 증가 및 환경 등을 이유로 원전 확대 정책을 추진 중에 있는데 제13차 5개년(2016~2020) 계획에서 원전 설비용량을 27GW에서 58GW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의 롤 모델인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발전한 대가로 전기요금이 미국의 4배, 우리나라의 5배로 비싸 졌고 예비발전기로 갈탄을 때는 바람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엄청 늘어났으며 지난 1월에는 햇볕과 바람이 부족해 전력망이 일시정지 직전까지 갔다는 점은 살펴보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앞에 언급한 일부 정치권에서 대두 되고 있는 탈핵 정책이 어떠한 데이터와 벤치마킹을 근거로 수립됐는지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혀야 한다.

아우렐리우스가 말한 것처럼 국가가 처해있는 에너지 상황과 국가의 에너지 안보를 위해 모든 에너지 관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한 후 이를 토대로 원자력, 신재생, 화석 에너지 등 모든 분야의 에너지 전문가 그룹이 종합적으로 분석해 최적의 결정을 내린 것이 '탈핵 정책' 제시인지 밝혀야 한다.

차기 정부에서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때 원자력계의 공(攻)과 과(過)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원자력이 국가 산업발전 및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 점, UAE 원전 수주에 따른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과 경제적 파급 효과, 이산화탄소 감축효과, 준국산 에너지로서의 역할 등 원자력계의 공(攻)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원자력 산업계와 규제기관의 원전 안전성 평가 관련 데이터 부족으로 인한 평가 신뢰성 문제, 원전부품 공급 비리 등의 윤리성 문제, 특정기관의 대형 연구프로젝트 독점 등의 폐쇄성 문제 등은 향후 원자력계가 풀어야 할 숙제다.

마지막으로 토인비가 '도전과 응전'에서 언급했듯이 계층 간의 갈등이 한층 심화되고 있는 작금의 우리 사회에는 '창조적 소수자'로서의 지도자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창조적 소수자'들은 우리사회의 위기를 미리 간파하는 사람들이다.

우리 사회를 쇠퇴하게 하는 도전을 누구보다 먼저 예민하게 간파하고 그 도전에 올바른 응전을 하도록 우리사회 구성원들을 일깨우고 격려하며 위기를 적기에 극복하는 사람들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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