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들의 '30분' 전통시장 방문…효과 있을까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 2017.04.23 10:39

[the300]정치권, 이미지 위해 너도나도 전통시장 방문…정치수단으로 이용만 한다는 비판도

(순서대로)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각각 전통시장을 방문했다. /사진=홍봉진 기자, 뉴스1


대선 후보들이 꼭 들르는 곳이 있다. 현장 방문이건 유세건 지역을 찾으면 ‘0순위’로 꼽는 장소다. 바로 전통시장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성이라는 이유로, 민심을 읽을 수 있는 곳이라는 이유로 모두 시장을 찾는다. 하지만 후보들이 전통시장을 찾을 때마다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민심 청취라기보다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온다. 게다가 전통시장이 더이상 여론 형성 기능을 하지도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8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당초 예정된 시간인 30분을 채우지 못하고 자리를 떴다. 안 후보의 방문 소식에 취재진과 상인, 지지자들이 좁은 골목에 뒤엉켜 일대가 혼란스러워진 때문이다. 일부 시민들은 "장사 하는데 이게 무슨 민폐냐"며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 안 후보는 계획된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10분 만에 다른 현장으로 급히 이동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송파 가락시장 방문(17일) 때는 접촉사고도 발생했다. 후보와 당직자, 취재진이 길목을 막아서자 배달을 가던 한 전동차 운전자가 "바쁜데 이렇게 길을 막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유세 일행을 들이받은 것이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유세 현장에 대한 상인들의 불만은 계속됐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시장 방문 때도 다르지 않다. 좌판이 많고 골목이 좁은 전통시장 특성상 수많은 인파가 몰릴 때마다 일부 상인들에게서는 "길 막고 뭐하는 짓이냐" "왜 자꾸 시장으로 와서 이러냐"며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같은 부작용에도 후보들의 전통시장 방문은 계속된다. 한 캠프 관계자는 "시장 방문이 표로 직접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전통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하는 모습이 언론이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유통되면 친서민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고 털어놨다. 후보들마다 시장 '먹방' 등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이미지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서민 대통령 이미지를 거부하지 않는 이상 모든 후보가 투표 날까지 전통시장 방문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시장 외에는 유세에 마땅한 장소가 없다는 점도 후보들이 전통시장을 찾는 이유다. 전통시장이 아닌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경우 사유지에 해당하기 때문에, 유세를 위해선 업체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다수 대형마트는 쇼핑 고객들의 불만과 정치색을 띨 우려 때문에 후보자들의 영업장 내 선거운동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미지만을 위한 정치권의 전통시장 방문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과거 정보화시대 이전에는 정보와 사람이 모이는 시장이 정치인들에게는 가야만 하는 필수 코스였다"면서도 "이제는 시장 방문이 다른 곳에서 보여질 이미지를 위한 정치적 이벤트의 수단으로 전락한 만큼 상인들 입장에서도 마음이 편할 리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스트 클릭

  1. 1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2. 2 남편·친모 눈 바늘로 찌르고 죽인 사이코패스…24년만 얼굴 공개
  3. 3 "예비신부, 이복 동생"…'먹튀 의혹' 유재환, 성희롱 폭로까지?
  4. 4 동창에 2억 뜯은 20대, 피해자 모친 숨져…"최악" 판사도 질타했다
  5. 5 "욕하고 때리고, 다른 여자까지…" 프로야구 선수 폭로글 또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