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항공기 오버부킹 미탑승, 어떻게 해결하나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 2017.04.22 05:00

국내는 사전 조율, 비즈니스 업그레이드 통해 차단…"국제선은 항공사서 4시간 이내 대체편 제공해도 100달러 배상" 법제화

"체크인하러 갔는데, 이코노미에서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해줘 기분이 좋았습니다."

주부 윤나정씨(가명·30)는 국내 항공사의 '오버부킹(항공권 초과판매)'과 관련해 이처럼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지난해 7월 여행 성수기에 국내 항공사 항공기로 휴가를 떠날 당시 경험이다.

오는 5월 초 황금연휴에도 여행을 계획 중이지만, 오버부킹 걱정은 하지 않는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이 오버부킹으로 탑승한 승객을 강제로 끌어내려 전세계적으로 물의를 빚은 사례와 대조된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 9일 미국 시카고 오헤어국제공항에서 켄터키주 루이빌행 여객기에 탑승해있던 데이비드 다오(69)씨를 포함한 4명의 승객에게 자발적 좌석 포기를 강요했다.

자사 승무원 4명이 뒤늦게 도착했는데, 비행기가 만석인 상태에서 승무원들을 태우기 위해서였다. 승객들 가운데 다오 박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공항 경찰을 동원해 폭력적으로 끌어내렸고, 이 과정이 소셜미디어에 공개되면서 세계적인 공분을 샀다.

◇2015년 국내 1건 vs. 작년 미국 47만건 '오버부킹' 신고 발생=국내에는 오버부킹 신고 접수 사례가 거의 없고, 따라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적도 없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버부킹으로 탑승하지 못해 피해를 접수한 사례는 2014년 1건, 2015년 1건이다. 지난해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반면 미국에서는 지난해만 해도 연간 47만5000건이 발생했다.

국내 항공사들도 좌석을 예약하고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노쇼(No Show·예약 부도)' 승객 비율을 고려해 오버부킹을 하고 있는데, 한국과 미국간 피해 사례 접수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항공업계에서는 '문화'와 '법규 강도'의 차이를 지적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오버부킹이 됐다고 해서 승객을 강제로 내리게 하는 일은 우리나라 항공사와 승객 문화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며 "유나이티드항공이 승객을 끌어내린다면 우리는 미리 좌석을 업그레이드해 드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 잘못으로 승객이 스케줄을 바꾸게 될 경우에 최대한 승객 불편이 없도록 기다리는 시간 동안 호텔을 제공하고, 대체편을 비즈니스로 해드린다"며 "비즈니스가 안된다면 현금을 드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국내 항공사들은 오버부킹으로 다른 비행기나 좌석에 배정해야 하는 승객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탑승일 전에 직접 승객에게 전화해 실제 탑승 여부를 묻는 등 1차 수속 정리를 한다. 이때 가령 '1년짜리 오픈 티켓'으로 항공권을 예약해 꼭 해당 비행편으로 가지 않아도 되는 승객이 있다면, 승객의 동의하에 항공사에서 대체편을 발권해준다.

2차 단계로 공항 체크인 카운터에서 오버부킹 사실을 안내하고, 좌석을 업그레이드 조정해 피해를 최소화한다.

2차 단계까지 완료하면 오버부킹으로 인한 미탑승은 거의 차단된다. 만일 이후에도 오버부킹이 발생하면 3차 단계로 탑승객 가운데 항공사 직원이나 가족을 먼저 찾아 양해를 구한다.

항공사들이 항공기 전체 좌석 중 오버부킹 비율은 몇 %(퍼센트)로 잡을까. 국내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성수기에는 오버부킹을 실시하지만 비수기에는 거의 하지 않는다. 오버부킹을 받을 때는 특정 시간대 및 노선 항공편에 대한 과거 예약기록을 분석해 오버부킹 비율을 조정한다. 이들 대형 항공사들은 비즈니스 및 퍼스트 여유 좌석 한도 내에서 오버부킹을 받아서 실제로 오버부킹으로 고객이 탑승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 저비용항공사(LCC)는 비즈니스 좌석이 없지만, 과거 예약 기록에 바탕해 오버부킹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조치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오버부킹을 전체 좌석의 몇 %까지 받는지는 비행편, 목적지, 일시 및 시간대에 따라 다르다. 내부 규정이라 대외비"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체 좌석 비율의 2%도 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역시 오버부킹이 일반화됐지만, 유나이티드항공 사례는 미국에서도 매우 '이례적이고 오만했다'는 것이 국내 항공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미국 항공사들도 보통 수속할 시점에 탑승이 가능한 최대한의 좌석을 확보하는데, 유나이티드항공이 승객들을 기내에 다 탑승하게 했고 이어 자사 승무원 4명을 추가로 태우면서 고객을 끌어내린 것은 절차상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다.

◇미국·한국 오버부킹시 항공사 배상 얼마나=미국 연방교통부(DOT)는 오버부킹 상황에 대한 명확한 보상규정을 갖고 있지 않으며, 항공사에 따라 상응하는 보상을 하도록 자율에 맡긴다. 항공사마다 배상 규정이 다른 것이다.

미국 주 정부는 유나이티드항공 사태 이후 뒤늦게 관련 법규 손질에 나섰다.

지난 17일 시카고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리노이 주의회는 주 정부 또는 산하 지방정부 소속 직원이 항공기에서 탑승객을 강제로 퇴거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한편, 일리노이주가 유료 탑승객을 일방적 결정에 의해 내리게 할 수 있는 약관을 가진 항공사와 사업관계를 맺는 것을 막기 위해 '항공기 탑승객 보호법'(The Airline Passenger Protection Act) 입법을 추진하고 나섰다. 일리노이주는 이번 유나이티드항공 사건이 발생한 시카고 오헤어국제공항이 위치한 주다.

반면 우리나라에는 오버부킹으로 탑승하지 못하는 승객에 대한 항공사의 배상이 의무화돼 있다.

국토부는 항공교통이용자 권익보호 및 피해방지를 위해 지난해 7월 13일 '항공교통이용자 보호기준'을 제정·고시했으며 그해 7월 20일부터 이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국제선은 항공사에서 4시간 이내 대체편을 제공해도 100달러 배상을 받을 수 있다.

'항공교통이용자 보호기준 제4조(초과판매로 인한 탑승거부 발생시 조치)'에 따르면, 오버부킹으로 인한 미탑승시 국내선은 대체편 제공시 운임 20% 이상을 배상받을 수 있다.

대체편이 제공되지 않으면 운임을 환급받는 것은 물론 고객이 해당 구간 다른 항공권을 살 때 필요한 비용도 받을 수 있다. 또 국제선의 경우 대체편을 제공받으면 100달러 이상을 별도로 배상받고, 대체편을 제공받지 못하면 운임환급은 물론 400달러를 배상받는다.

이 조항에는 "항공운송사업자가 이보다 높은 수준으로 합의하거나 배상한 경우에 본 조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 이 경우가 항공사가 호텔 및 비즈니스 승급 혜택을 제공하는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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