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생일대 투자 기회'?…'슝안'이라면 뭐든지 산다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 2017.04.19 09:58

中 '슝안 신구' 개발 계획에 주식, 부동산, 도메인 등 '묻지마 투자' 광풍

중국이 수도 베이징 남부 허베이성에 국가급 특구 '슝안 신구'를 개발하기로 하면서 중국에서 '슝안'과 관련한 '묻지마식' 투자바람이 일고 있다.

블룸버그는 19일 중국 투자자들이 일생일대의 투자기회를 쫓고 있다며 슝안 신구 투자 열기를 소개했다.

한 예로 중국 베이징에 사는 장윈하이는 2003년 별 생각 없이 '슝안닷컴'(xiongan.com)이라는 도메인을 산 뒤 이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14년 전 기억이 새삼 떠오른 건 2주 전 슝안 신구 개발 계획이 알려지면서다.

그는 슝안닷컴 도메인을 무려 188만위안(약 3억1200만원)에 내놨는데 벌써 1000여건의 매입 의뢰를 받았다고 한다.

장은 블룸버그와 통화에서 "이는 일생일대의 기회"라며 "신구가 충분히 개발되면 이 도메인 가격이 더 오를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투자자들이 슝안 신구와 관련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사려 한다고 지적했다. 해당지역 부동산에 투기가 몰려 부동산 거래가 이미 금지됐을 정도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슝안 신구 발표 이후 신구가 속한 허베이와 인근 베이징, 톈진 등지에 본사가 있는 회사의 주가가 급등했다.

중국 상하이증시에서 이달 수익률 상위 20대 종목 가운데 14개가 베이징, 톈진, 허베이를 기반으로 한 회사다. 이 중 5개 종목은 하루 상승 제한폭까지 올라 최소 2번 이상 거래가 중단됐다.15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슝안 신구 개발 계획이 알려진 이후 1390억위안 늘었다.

중국 허베이성 변압기·태양광패널 제조업체 바오딩톈웨이 주가(하양, 왼쪽(단위: 위안))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추이/그래프=블룸버그
투자자들은 슝안 신구와 관련이 없다고 직접 밝힌 회사의 주식도 마구잡이로 사들였다. 허베이성의 변압기·태양광패널 제조업체인 바오딩톈웨이는 지난 13일 거래가 중단되기까지 6거래일 연속 하루 상승폭이 제한선인 10%에 도달했다. 이 회사는 스스로 슝안 신구에 보유 자산이 없다고 밝혔지만 투자 열기를 식히지 못했다.

벤 베이 CIMB증권 홍콩·중국 전략 책임자는 "이같은 움직임은 중국 A주시장의 전형적인 특징을 반영한다"며 "투자자들이 주요 뉴스가 발표되면 곧바로 과잉반응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슝안 관련주의 전반적인 상승세는 지속될 수 없다"며 "불확실성이 많아 관련주들 사이에 차별이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2013년 상하이 자유무역구가 발표됐을 때도 상하이에 본사를 둔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말 홍콩증시에서 중국 기업들의 IPO(기업공개) 붐이 일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슝안'에 몰리는 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지적한다. 가오팅 UBS 증권 중국 전략 책임자는 슝안 신구가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슝안 신구 관련 기업의 향후 1년치 실적을 볼 게 아니라 15~20년을 내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슝안 신구가 지금의 선전처럼 투자매력이 큰 대도시로 성장하려면 그만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프랭크 리 홍콩 DBS은행의 북아시아 담당 최고투자책임자(CIO) 대행은 슝안 신구 개발 과정에서 처음엔 수도개발, 제강업 등이 먼저 수혜를 보고 시간이 좀 더 지나야 부동산개발업체에 힘이 실릴 것으로 봤다.

그 역시 최근의 투자 열기는 곧 식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구 관련주의 경우 조정기에 8~10% 하락하는 게 보통이라는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시장에서 이미 피로감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슝안 신구 발표 이후 5거래일 동안 6% 이상 올랐던 일부 종목이 하락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직 개발 계획이 구체화하지 않아 투자 열기가 서서히 식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슝안 신구는 중국 수도권인 징진지(베이징·톈진·허베이) 삼각지 내 허베이성의 슝·룽청·안신 등 3개 현에 걸쳐 친환경 도시로 개발된다. 중국에서는 1980년대 선전, 1990년대 상하이 푸둥에 이어 세 번째 국가급 특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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