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받고 대포폰 명의대여…폭탄 고지서 면제될까요?"

머니투데이 송민경(변호사) 기자 | 2017.04.19 08:17

[the L]명의도용과 대여·불심검문 대처 등 홈리스들 문제 설명…'홈리스 법률지원 매뉴얼 강연회' 열려

18일 홈리스 법률지원 매뉴얼 관련 강연 중인 김준우 변호사. /사진=머니투데이 더엘 송민경 기자


"노숙 중 모르는 사람이 접근해 핸드폰을 만들어 오면 돈을 준다고 해 핸드폰을 개통해줬어요. 거액의 통신 요금과 단말기 할부금 청구서가 날아왔는데, 이를 면제 받을 수 있을까요. 핸드폰은 실제 사용하고 있지 않아요."

한 홈리스(노숙인)의 질문이다. 안타깝게도 본인이 직접 휴대폰을 개통한 것에 해당해 요금을 면제 받을 수는 없지만 빠른 시일 내에 계약을 해지해 추가로 더 돈을 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답변이 제시됐다.

홈리스에게도 다양한 법률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사실상 이들이 갖고 있는 문제나 법적 해결 방법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이 직접 설명해주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 산하 프로보노지원센터는 홈리스(노숙인)들의 법률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해 ‘홈리스 법률지원 매뉴얼’을 발간하고 18일 광화문 변호사회관에서 관련 강연회를 진행했다.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 회원들 외에도 개인 단위, 또는 관련 복지기관에서 강연을 들으러 온 사람들이 많아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김준우(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 모임 사무차장)·염형국(서울지방변호사회 프로보노지원센터 센터장)·김도희(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상임변호사) 변호사 등 매뉴얼을 직접 집필한 세 명의 전문가들이 강연을 맡았다.

먼저 김준우 변호사는 ‘홈리스’라는 단어에 대해 “노숙인이라는 단어는 거리에서 노숙하는 사람만을 연상케 하기 때문에 불안정한 주거생활을 지속하는 이들을 칭하는 홈리스라는 용어를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뒤이어 명의대여와 관련 “대포폰 문제도 대부분 주민등록증을 분실당했고 이로 인해 대포폰이 생겼다고 해명하게 되는데 법적으로 명의를 '대여'한 것이 아니라 명의를 '도용'당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포폰 뿐 아니라 홈리스가 가짜 사장(바지사장)이 되는 경우 만약 본인 명의의 인감증명서 등을 제출한 적이 있다면 법원에서는 명의대여로 판단하게 된다고 한다. 이를 입증하기가 매우 어려워 대부분의 홈리스들이 심각한 액수의 민사책임을 지게 된다는 것.

이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김 변호사는 취업을 미끼로 명의도용을 당한 경우라면 적극적으로 이부분을 소명하고, 또 민사 책임과 관련해서는 파산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염형국 변호사는 홈리스와 관련한 구걸행위, 불심검문, 지하철 역 안에서의 강제퇴거조치 등의 형사 관련 문제에 대해 강연했다. 특히 경범죄처벌법 상 구걸 행위에 대한 처벌은 빈곤의 범죄화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한 염 변호사는 관련 사례를 소개했다.

지하철역 출구 앞 개찰구에서 구걸한 것에 대해 다른 사람의 통행을 방해했다며 경범죄처벌법상 유죄로 처벌했지만 가로수 아래에서 구걸한 것에 대해서는 무죄로 본 사례였다. 모든 구걸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통행을 방해했는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18일 홈리스 법률지원 매뉴얼 관련 강연 중인 김도희 변호사. /사진=머니투데이 더엘 송민경 기자


마지막으로 김도희 변호사는 복지급여 수급과 압류 등 강제집행에 관한 사례를 설명했다. 그는 송파 세모녀 사건에서도 만성 병력 때문에 일을 할 수 없었지만 당장의 장애가 없단 이유로 기초수급 등을 받지 못했다고 언급하며 “실제 지병이나 장애로 근로가 어렵다면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명해 근로 능력이 없단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변호사는 “잔액이 150만원인 이하인 예금에 대해서는 압류가 금지 돼 있지만 관련한 법적 문제가 많다”며 “특히 형사 사건과 관련, 벌금 미납으로 통장이 압류된 경우엔 압류해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법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우 변호사는 "이번 기회에 홈리스에 대한 법률가들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었으면 하고 단체활동가분들에게도 이번 강연이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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