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가 좋은 20대, 심상정 지지하는 90대

머니투데이 이슈팀 남궁민 기자, 이슈팀 심하늬 기자 | 2017.04.21 07:00

대선후보 주요 지지 세대 벗어난 소수층, 조직·또래 사이에서 속앓이…"상대 의견 존중 필요"


사진=flickr


#분위기 좋은 선술집. 간만에 입사 동기들과 술잔을 기울이던 직장인 윤모씨(26)는 먹던 부침개가 목에 탁 걸렸다. "우리 또래 중에 xxx좋아하는 사람이 어딨어!" 윤씨가 지지하는 대선후보가 회식자리 안줏거리로 웃음을 샀던 것. 윤씨는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계속된 정치 얘기에 묵묵히 술잔만 기울였다.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서 주변 또래와 다른 정치적 성향을 가진 유권자들이 말 못할 속앓이를 하고 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제19대 대선에서도 세대별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5일 발표된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20대에서 56.1%의 지지를 받았지만 60대 이상에서는 14.8%의 지지율에 그쳤다. 반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60대 이상에서 18.8%의 지지를 받았고 20대에서는 지지율이 0.9%에 그쳤다. 같은 조사에서 20대·60대 이상 지지율은 △안철수 후보 24.6%·46.2% △유승민 후보 5.3%·6.1% △심상정 후보가 14.4%·1.9%를 각각 기록했다.

후보별 지지세대의 주류층에서 벗어나 있는 이들은 요즘 정치 얘기가 부담스럽다.

한나라당 시절부터 홍준표 후보를 좋아했다는 28세 직장인 심모씨는 휴대폰에 홍 후보 사진이 저장돼 있다. 홍 후보 특유의 유쾌함과 소신 발언이 심씨의 성향과 들어맞았다. 심씨는 "특히 ‘앵그리 버드’로 분장한 ‘앵그리 준표’ 사진을 보며 자주 웃곤 한다"면서 "요즘도 세탁기 발언 등을 보면 맥락과 상관없이 너무 재미있다"고 홍 후보에 대한 팬심을 고백했다.
유쾌한 모습과 멘트로 누리꾼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은 홍준표 후보. /사진=YTN

다만 그는 "과거 홍 후보가 좋다고 친구들에게 말했다가 만나면 내내 친구들이 놀려댔다"며 "대선을 앞두고 싫은 소리를 들을까봐 이런 얘기를 더 이상 하지 않거나 친구들이 집요하게 물어보면 아직 (누구를 지지할지) 잘 모르겠다고 둘러댄다"고 말했다.

24세 대학생 박모씨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지지자였다. 박씨는 “김 전 대표의 정치적 능력을 존경해왔는데 불출마 선언을 해 너무 아쉽고 슬펐다"며 "많이 속상했는데 친구들이 편견을 가질까봐 아무에게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진보적 성향의 장년층 유권자들도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다.

인쇄물 광고업에 종사하는 66세 노모씨는 문재인 후보의 지지자다. 문 후보의 원칙과 소신, 청렴함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노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간적 매력에 빠져 오랫동안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활동을 했는데 지금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며 "또래 중에 보수 지지자가 많아 동년배들이 문 후보를 욕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싸우는 게 싫어 굳이 말하지 않고 넘어간다"고 토로했다.

노씨는 "직업 특성상 컴퓨터를 쓸 일이 많아 주변 또래와 접하는 정보가 다르다"며 "인터넷에서 정보를 많이 얻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도 많이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가장 진보적 성향의 대선후보로 꼽히는 심상정 후보를 지지하는 90대·50대 모녀도 있다. 55세 최모씨는 94세 어머니와 함께 정의당 활동을 한다. 최씨는 "40대 이후 국민참여당, 통합진보당에 이어 지금은 정의당원으로 활동 중"이라며 "어머니도 내 생각과 활동에 공감해 함께 당원으로 활동하신다"고 밝혔다.

그는 "오랫동안 진보정당 활동을 하면서 주변 친구들과 정치적 입장이 다른 경우가 많아 어려움도 있었다"며 "하지만 정치적 얘기를 할 때는 내 입장을 분명히 말하는 편이고 서로 통하는 선에서 합리적으로 이야기하면 충분히 소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씨(32)는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회사 내에서도 세대간 말조심을 해야 하는 분위기"라며 "이럴 때일수록 다른 사람의 의견, 특히 소수의 의견을 배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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