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나요?"…'4월 위기설'과 금(gold)을 찾는 사람들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 2017.04.16 08:00

[행동재무학]<177>북한리스크에 안전자산 수요 급증…금값 5개월 새 최고치

편집자주 |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지금 거기(한국) 긴장상황은 어때요?”(How are tensions over there?)

지난주 해외에 있는 지인들로부터 문의 전화와 이메일을 많이 받습니다. 한국에 정말 전쟁이 일어나는 거 아니냐고 다들 걱정을 해줬습니다.

미국이 지난 6일 시리아를 공습한 데 이어 9일 한반도 주변에 갑작스레 핵 항공모함 칼빈슨호(USS Carl Vinson)를 재배치하자 미국의 ‘4월 북한 폭격설’, ‘4월 한반도 전쟁설’이 급속하게 확산됐습니다.

이후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 독자적인 군사적 행동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대북 강경노선을 재천명하면서 미국의 북한 선제타격 가능성이 더욱 고조됐습니다.

이에 북한은 미국의 선제공격 시 핵무기로 보복에 나설 것이라며 조금도 굴하지 않았습니다.

12일에는 일본 정부가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한국에 체류 중인 일본인들의 대피·대응을 사전 점검한다고 밝히면서 ‘한반도 위기설’은 더욱 확대됐습니다.

그러나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선제공격을 뒤로 하고 먼저 정치·경제적 압박을 강화하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중국 관영매체 CCTV도 1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대화로 한반도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같은 보도는 미국의 북한 선제타격 가능성이 낮으며 중국은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4월 중으로 탄도미사일 발사 및 6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4월 한반도 전쟁설’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13일 미국이 ‘모든 폭탄의 어머니’(MOAB)라 불리는 지구상의 비핵무기 가운데 가장 강력한 폭탄을 아프가니스탄 이슬람국가(IS) 근거지에 투하하면서 조금 가라앉던 ‘4월 북한 폭격설’은 재점화됐습니다.

미 NBC방송은 13일 미 고위 정보관리의 말을 빌어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조짐이 확실해지면 시리아를 폭격했던 것처럼 미사일로 북한을 선제타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북한은 14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며 항전 의지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북한이 먼저 선제타격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처럼 4월 들어 한반도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및 6차 핵실험 감행을 앞두고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한국의 위기 상황을 많이 걱정하는 해외의 지인들과 달리 ‘4월 한반도 위기설’에 대해 정작 한국 국민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상하리만큼 차분하고 평온합니다.

14일에는 전날 밤에 있었던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 TV토론 이야기가 화제였고 또 한편에선 솔로들이 자장면을 먹는 '블랙데이'를 기념했습니다.


보통 위기 상황에 닥치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자기보호본능이 작동됩니다. 그래서 생필품 사재기나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등이 일어나곤 합니다.

그런데 지금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인터넷상에서 한반도 전쟁 위기설 등이 들끓고 있지만 실제 생활 현장에선 생필품 사재기나 뱅크런 등의 움직임은 전혀 포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엊그제 대학 동기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대화의 주제는 단연 문재인 대 안철수의 ‘19대 대선’이었지 ‘4월 한반도 전쟁설’은 전혀 이슈가 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국제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좀 다르게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특히 금(gold)을 찾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두드러집니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돌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에서 가장 큰 펀드를 운용하는 루스 코이스테리치(Russ Koesterich) 펀드매니저는 13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금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통상적으로 금은 안전자산(safe haven)으로 인식돼 위험자산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반대로 금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brexit) 결정을 앞두고 금은 국제 금시장에서 28%나 치솟았습니다.

지난 6일 새벽 미국이 시리아를 폭격한 이래 국제상품시장에서 금값이 크게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한반도에 갑작스레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재배치하면서 불거진 ‘4월 북한 폭격설’도 금값 급등에 일조했습니다.

그리고 13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초대형 폭탄을 투하한 이후 금값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금 선물가격은 13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온스당 1290.70 달러까지 오르며 온스당 1300 달러 돌파를 눈앞에 앞두고 있습니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8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하락분을 모두 만회하고 5개월 새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주식투자자들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금 관련 상장주식펀드(ETF)에 대거 베팅하며 넉 달 새 14% 넘게 주가를 끌어올렸습니다.

미국 뉴저지 소재 자산운용사인 워싱턴크로싱 어드바이저스(Washington Crossing Advisors)의 펀드매니저 채드 모간랜더(Chad Morganlander)는 향후 6개월 간 금값이 4~5%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제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너무 예민한 걸까요? 아니면 한국 국민들이 너무 둔감한 걸까요? 대학 동기 모임에서 그 누구도 생필품 사재기나 예금인출 등 ‘4월 한반도 전쟁설’에 대해 어떠한 대비책을 고려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안전자산인 금을 찾는 사람은 더더군다나 없었고요.

사실 금 가격은 변동이 심합니다. 그래서 투기꾼들이 가격 상승을 노리고 미국의 시리아 폭격과 ‘4월 북한 폭격설’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악용하고 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세상에서 가장 예측이 불가능한 국가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및 6차 핵실험 감행 여부에 대한 예측불가능성은 거의 최고 수준입니다. 높은 예측불가능성이 바로 금값의 급등을 부추기고 있는 거고요.

‘4월 한반도 위기설’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및 6차 핵실험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지 않는 한 금방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소한 4월이 다 지나가기 전까지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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