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잖았지만 도발이 적잖았다. 공격과 방어도 치열했다. 13일 한국기자협회·SBS 공동주최로 열린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합동토론회에서 처음으로 맞붙은 문재인·안철수·홍준표·유승민·심상정 후보는 약 2시간30분 동안 불꽃 튀는 설전을 벌였다. 이날 오전 서울 상암동 SBS 공개홀에서 사전 녹화로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안보문제와 증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등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사드 배치…안보 논란=토론회 시작부터 안보를 강조한 유 후보는 문 후보를 향해 "사드 찬반에 애매한 입장을 취하니 우리가 중국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문 후보는 "사드 배치는 효용이 한계가 있는 방어용 무기지 않냐"며 "더 바람직한 것은 북핵의 완전폐기"라고 말했다. 유 후보가 "지난해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할 때까지는 사드를 반대하다가 이제 6차 핵실험을 하면 찬성한다고 들리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자 문 후보는 "박근혜정부가 북핵 폐기 노력을 제대로 못했지 않나. 나는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후보는 안 후보를 향해서도 대북정책이 오락가락한다며 비판했다. 그는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할 건가"라고 물은 뒤 "국민의당의 많은 의원이 북한에 돈을 퍼줘서 그것으로 감옥을 갔다 왔고 사드를 당론으로 반대했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모든 정책에는 공과가 있다. 잘된 점은 계승하고 못한 점은 고치는 게 바람직하다"며 "사드에 대해서도 상황이 바뀌면 거기에 대해 바뀌는 게 맞지 않나"라고 답했다.
이에 심 후보는 "안보야말로 뚜렷한 의지로 강대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현안,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계속 바뀌는 일관성 없는 외교안보 시각을 갖고 이 위기를 구할 수 있냐는 답답한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증세 없는 복지’ 없다?=증세 논쟁의 시작은 심 후보였다. 심 후보는 문·안 두 후보를 향해 "공약을 보니 두 사람 모두 법인세 인상 당론을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굉장히 비겁하다"며 "서민 호주머니를 비틀어 대기업을 채워넣는 정치를 바꾸지 않고 어떻게 새로운 대한민국이 가능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유 후보가 이에 동의하자 문 후보는 "이명박정부의 부자 감세, 법인세 인하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냐"고 물었고, 유 후보는 "나는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이명박정부 때도 감세 중단을 공개적으로 얘기했다"고 답했다. 이에 문 후보는 "그러면 박근혜정부에서 왜 그랬냐"고 물었고, 유 후보는 "야당조차도 지적을 안할 때 지적해 정치적 피해를 받은 것을 누구보다 잘 아실 것"이라고 답했다.
심 후보는 문 후보의 복지예산 총액을 물은 뒤 문 후보가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고 답하자 "민주당과 정의당의 복지공약이 거의 비슷했는데 우리는 80조원, 민주당은 30조원을 얘기했다"며 "이번엔 아예 증세 얘기가 없다. 증세 없는 복지는 박근혜의 복지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문 후보는 이에 "국민의 공감을 얻는 순서가 있어야 한다"며 "부자증세를 해야 하고 고액상속 증여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 법인세 실효세율을 강화한 뒤 그 다음에 명목세율 순으로 제시하면서 국민의 동의를 받고 복지 수요를 제시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박근혜 사면은?=심 후보는 문 후보를 향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사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문 후보는 "특정인에 대해 사면을 얘기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고 답했고 이에 심 후보는 "이재용이 어떻게 특정 개인인가. 양극화의 주범이고 재벌 권력의 정점"이라고 비판했다.
문 후보는 "제도적으로 해야 할 것"이라며 "사면권은 국민의 위임을 받은 것이다. 국민 뜻에 배치돼 행사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충분히 마련할 것"이라고 원론적으로 답변했고, 심 후보는 "(문 후보의) 재벌정책이 당론보다 후퇴했으며 노동정책도 마찬가지라는 국민의 우려를 대신 전달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적폐세력 규정'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안 후보는 "(문 후보가) 나를 지지하는 사람을 적폐세력이라고 말한다"고 했고, 이에 문 후보가 "그들(적폐세력)이 자기 힘으로는 안되니 안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냐"고 하자 "북한이 촛불집회 우호 발언을 하면 일반 국민이 북한과 가까운 거냐"고 반격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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