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하루만 '악어, 토끼, 곰'으로 변신해볼까?

머니투데이 박은수 기자 | 2017.04.15 07:10

[아이가 꿈꾸는 서재] <38> '딱 하루만 내가', '소리산책'

편집자주 | 올해 5살이 된 아린이는 집에서 TV 보는걸 제일 좋아합니다. '뽀로로부터 짱구까지' 오늘도 만화 돌려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워킹맘이니 난 바빠, 피곤해'라는 핑계로 아이를 하루 1~2시간씩 TV 앞에 방치한 결과입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아이는 엄마와 함께라면 혼자 TV 보든 것보다 책 읽는 시간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말이죠. '아이가 꿈꾸는 서재'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하고 공감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1주일에 1~2권씩이라도 꾸준히 책 읽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모든 엄마의 바람도 함께.

① '딱 하루만 내가'

"아린이는 딱 하루만 변신할 수 있다면 무슨 동물이 되고 싶어?"
"멍멍이~"

"왜?"
"꼬리를 흔들 수 있으니까.(엉덩이를 살랑살랑)"

"엄마는 꽃게가 되고 싶은데. 왜냐고? 아린이 손가락을 이렇게 '꽉' 깨물어주려고."

손가락 가위로 꼬집는 시늉에 화들짝 놀란 아이가 저만큼 도망칩니다. 장난기가 발동한 전 또 그런 아이를 잡겠다고 꽃게 흉내를 내며 쫓아갑니다. 비명과 함께 우당당탕! 순식간에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딱 하루만 내가'는 딱 하루만 다른 동물로 살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지 상상해보고 흉내 내기를 통해 진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내가 만약 엉금엉금 기어가서 나일강을 헤엄치는
(뒷장)악어가 된다면, 나는 딸깍딸깍 이빨을 부딪치며 웃을 수 있을 텐데."

"정말, 딱 하루만이라도 내가 으르렁 크르렁 소리치는
(뒷장)곰이 된다면, 나는 심술쟁이 형들을 깜짝 놀라게 할 수도 있겠지."

이날 아린이와 전 책에 나온 순서대로 '벌'이 됐다가 악어→침팬지→방울뱀→호저→토끼→곰→고래 순으로 변신해봤습니다. 벌이 된 우리는 '윙윙 붕붕' 날아다니고, 딸깍딸깍 악어의 이빨 소리도 내보고, 나풀나풀 나비와 딸랑딸랑 소리 내는 방울뱀도 되어봤습니다. 뛰고 구르고 기어 다니다 보니 어느새 아이와 제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그리고 남은 마지막 변신은?

"다른 날에는 내가 진짜 되고 싶은 것이 있거든. 정말 특별한 누구, 그건 바로…"(두구 두구 두구)
마지막 장엔 얼굴을 비추는 거울과 함께 '나야'라는 두 글자가 등장합니다.

다른 동물들을 흉내 내봤지만 결국엔 지금 이대로의 내 자신이 제일 좋은 것 아닐까요? 왜냐면 엄마랑 꼭 껴안을 수도 있고, 손으로 밥을 먹을 수 있고, 친구들과 뛰어다니며 놀 수도 있으니까요. 아이와 함께 지금의 내 모습이 왜 좋은지 함께 이야기도 나눠봤습니다.


이날 하루 어른인 저에게는 엉뚱한 행동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동물 흉내를 신나게 따라 하는 아이를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없는 아이들에게 딱 하루만은 무엇이든지 될 수 있고, 또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무한한 상상력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건 어떨까요?

◇딱 하루만 내가 = 로라 뤽 지음, 이영재 옮김, 브와포레 펴냄, 32쪽/ 1만4500원.

② '소리산책'


반짝반짝 새 자동차는 조용해요. 부드럽게 으으으으으으으응.
낡은 차는 너무 시끄러워요. 오래된 차 소리는 부~~릉 크릉 부~~릉 크릉.
차가 모퉁이를 획 돌면 바퀴가 휘유우우우우우~쉭.
차가 갑자기 멈추면 브레이크는 끼이이이이이이익.

여러분들은 자동차 소리가 이렇게 다양한 줄 아셨나요? 저는 보통 자동차 소리하면 ‘부릉부릉’만 떠올렸거든요. 그동안 저도 모르게 학습된 소리에 세뇌되어 있었나 봅니다. ‘소리산책’은 한 아이가 아빠와 강아지와 함께 동네와 공원을 걸으며 듣게 되는 소리들을 담아낸 책입니다.

종알종알 시끄러울 법도 한데 아이는 말을 줄이고 소리에 집중하며 걷습니다. 아빠 구두 소리, 강아지 발톱 소리, 자전거 벨 울리는 소리, 아기가 우는 소리, 공사장 소리, 딱따구리 소리 등 거리에서 수많은 소리들을 듣습니다. 소리들은 경쾌한 리듬의 의성어로 되살아나고, 동네와 공원의 정다운 풍경들은 산뜻한 수채화가 됩니다.

요즘 아이들은 어떤 소리들을 들으면서 자랄까요? 기껏해야 자동차 경적 소리, 전철 지나가는 소리, 한여름에 우는 매미 소리 등일 겁니다. 우리 아이에게도 개구리 소리를 물어보니 “개굴, 개굴”이라고 답합니다. 아마도 ‘개굴개굴개구리’ 노래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 개구리 소리는 좀 다릅니다.

오늘도 게임, 휴대폰, TV 등 눈앞의 작은 화면에 갇혀 사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눈을 돌려 창밖을 내다보면 화면보다 더 재미있는 진짜 세상이 존재합니다.

오늘 전 아이의 손을 잡고 집 밖에 나가볼까 합니다. 집 앞 작은 공원이든 시골 할머니 집이든 상관없습니다. 듣는다는 것은 먼저 다가가는 것,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면 더 많은 것이 들린다는 것을 얘기해줄 겁니다. 소리를 듣는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도 함께.

◇소리산책 = 폴 쇼워스 지음, 문혜진 옮김, 불광출판사 펴냄, 33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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