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전생의 약속도 없이

머니투데이 최광임 시인 | 2017.04.13 10:41

<258> ‘커넥팅’ 임재정(시인)

편집자주 | 디카시란 디지털 시대, SNS 소통환경에서 누구나 창작하고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詩놀이이다. 언어예술을 넘어 멀티언어예술로서 시의 언어 카테고리를 확장한 것이다.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감흥(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형상을 디지털카메라로 포착하고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를 다시 문자로 재현하면 된다. 즉 ‘영상+문자(5행 이내)’가 반반씩 어우러질 때, 완성된 한 편의 디카시가 된다. 이러한 디카시는, 오늘날 시가 난해하다는 이유로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현대시와 독자 간 교량 역할을 함으로써 대중의 문화 향유 욕구를 충족시키에 충분하다.

그래, 맞아. 일제히 환해지는 때가 있지. 사방을 둘러봐. 지천이 환하잖아. 삼월 열이레 달밤이 환하고 그 아래 아직 지지 않은 벚꽃이 그대 얼굴만큼 환하지. 목련은 어디서 왔으며 벚꽃은 어디서 왔는지 중요치는 않아. 지상의 모든 꽃이 어디서 왔는지보다 지금 어떻게 환해졌는가가 중요할 뿐이야. ‘모르는 곳을 헤매다’ 왔을 뿐이지만 한 계절의 지금 여기에 피어 절정이 되었잖아. 마치 전생에 약속하지 않은 그대와 내가 다시 만나 이 봄의 거리가 환하듯 일제히 왔을 뿐이야.

그러니 그대, 아직 우리가 꽃이 되지 못했다 하여 앞일을 모른다 하지 말기를. 저 연결하는 어떤 손이 꽃그늘 아래 우리를 가로등이 되도록 할 수도 있는 일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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