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발부된다"던 우병우 구속영장, 왜 기각됐나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 2017.04.12 09:05

인력 투입·200일 소요하고도 혐의 입증 못해…'부실수사' 비판 못 면할 듯

국정농단 사태를 방조하고 직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2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영장 재청구 땐 100% 발부될 것"이라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다시 기각됐다. 법원이 영장 기각 사유로 혐의 입증이 부족했다는 이유를 든 만큼 검찰은 부실 수사 비판은 물론 '제 식구 감싸기' 의심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혐의 내용에 관해 범죄 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고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에 비춰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음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아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혐의와 관련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음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것은 모두 수사가 우 전 수석을 구속할 만큼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에서 우 전 수석은 가장 오랜 기간 수사를 받았던 인물이다. 고검장이 투입된 특별수사팀이 126일간 우 전 수석 비리를 조사했고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70일간 우 전 수석의 비리를 파헤쳤다. 특수본 1·2기가 수사한 기간까지 합치면 우 전 수석 수사에만 200일이 훌쩍 넘는 시간이 들어갔다.

2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검찰이 우 전 수석에게 적용한 범죄 혐의는 모두 8개에 이른다. 8개 중 한 가지만 제대로 증명됐어도 구속이 가능했지만 단 한 가지도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우 전 수석이 받는 혐의가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 입증하기 어려운 범죄임은 맞지만 200일이라는 시간과 그동안 투입된 인력 등을 고려하면 영장기각을 둘러싸고 검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대다수의 인사는 구속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직권남용 혐의로만 구속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대표적이다. 우 전 수석과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실장은 특검에서 한 번에 구속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뿐만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구속을 피하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우 전 수석의 두 차례 영장 기각은 확실히 이례적이다.


이로써 "구속영장이 재청구된다면 100% 발부된다"는 박영수 특검의 호언장담은 허언이 됐고 우 전 수석을 구속함으로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의 마지막 관문을 돌파하려던 검찰의 의도도 좌절됐다. 우 전 수석이 자신의 비위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검찰 고위 간부들과 자주 통화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이번 구속영장 기각은 검찰조직의 신뢰도를 더욱 떨어뜨릴 전망이다.

이미 정치권은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수본 2기 출범 때부터 우 전 수석 수사 전담팀을 꾸렸던 검찰의 체면 역시 구겨졌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유죄 입증이 쉽지 않아 우 전 수석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구속영장 발부 여부로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은 지나치다"면서도 "법원이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댄 만큼 검찰은 재판 전 확실한 보강작업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은 빠르면 이번주 중 수사를 마무리하고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검찰은 오는 17일 대선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을 고려해 조만간 수사를 마치기로 했다. 우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의 기소 시점에 함께 불구속 기소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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