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장동건, '로피시엘 옴므 YK 에디션' 17 봄/여름 호 표지 장식

머니투데이 노현진 로피시엘 옴므 기자 | 2017.04.10 17:52

AS A MAN, AS I AM

2017년, 25년 차 배우 장동건은 신작 영화 두 편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장동건이 장동건과 경쟁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는 가운데, 배우로서 또 인간으로서 특별한 시간을 맞는 설렘과 기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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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요?” 마지막 인터뷰를 한 지 2~3년은 훌쩍 지난 듯한 지금, 낮부터 작업한 몇 컷의 사진 속에서 장동건은 고요했다. 스태프들이 모니터 속 사진을 보여줄 때에야 잠시 시선을 던졌을 뿐이다. 거대한 조명 아래 이따금 카메라 셔터 소리가 멈추면 남자의 나직한 발소리가 들렸다. 조금은 목소리를 높여도 될 텐데…. 장동건이라는 배우에게선 별다른 말이 들리지 않았다. 오랜만의 촬영이 그를 긴장하게 만들었을까 싶지만 그건 아닌 듯싶었다. 누구든 배우 장동건을 예의 주시해왔다면 그가 평소와 다름없음을 알아챘을 것이다. 1992년 데뷔할 당시에도,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의 촬영 현장에서도 그런 남자였을 것이다. 조용한 미소로 한 발짝 물러나 촬영장의 일부가 되어 현장을 지그시 바라보는 보기 드문 배우. 자신은 내성적이라 말하고 사람들은 항상 세련된 매너라고 불렀던 그 모습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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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AN ACTOR

L’OFFICIEL HOMMES(이하 LH) 오랜만이다. 특히 인터뷰는 정말 드물지 않았나.
장동건 맞다. 화보도 역시 너무 오랜만이라서 긴장된다.

LH 그럴 만도 하다. 게다가 올해 당신이 출연한 영화 <7년의 밤>과 가 개봉될 예정이다.
장동건 의도하진 않았는데 그렇게 됐다. 연기자로 생활하 는 동안 한 해에 두 작품이 나온 적이 별로 없었다. <7년의 밤>을 6개월 동안 촬영하고 개봉 시점을 기다리는 1년 사이 를 찍었다. 공교롭게도 촬영이 빠르게 마무리된 것이다.



LH 공교롭게 두 명의 장동건이 경쟁하는 셈이 됐다.
장동건 두 작품 모두 배급사가 다르니 알아서 조절해주지 않을까. 한 해에 두 작품이 나오는 것이 별로 기분 나쁘지는 않다(웃음). 실제로 어느 순간부터는 다작을 생각하고 있다. 작품 편수를 많이 늘리겠다는 뜻이 아니다. 그보다는나 자신이 활동 기간에 비해 작품 수가 적었다는 걸 인정하게 됐고 후회도 되더라. 뭘 그렇게 따지면서 작품을 선택했을까. 그게 계산한다고 되는 것도 아닌데. 이제 어느 정도 작품이 흥미로우면 가능한 한 하는 쪽으로 마음을 열고 보기로 마음먹는 중이다.



LH 그런 변화가 언제부터였는가?
장동건 3년 정도 된 것 같다.

LH 그만큼 팬들이 기다렸다. 작품으로는 영화 <우는 남자> 이후 3년 만이다. 그 전에는 꾸준히 작품을 하지 않았나. 필모그래피를 보면 2000년대 초반과 후반에 작품 속 연기의 결이 서로 다르게 느껴진다. <연풍연가>처럼 조곤조곤한인물에서 <태극기 휘날리며>처럼 굵고 거친 캐릭터로 넘어갔다. 무슨 변화가 있었나?
장동건 영화 <친구>를 찍을 때 아마 내 나이가 서른쯤 됐을거다. 이상하게 남자들은 서른에 대한 동경이 있다. 나 또한 20대 초반에 데뷔해서 유명한 배우가 되니 왠지 모르게 서른쯤에는 어릴 때와 달리 더 넓은 세계가 펼쳐질 거라고 생각했을까. 그런 개인적인 감상에 젖어 영화 <친구>를 찍었고 또 칭찬을 많이 받았다. 그게 좋았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TV 드라마 대신 영화를 많이 했는데, 그러면서 연기의 결이 달라졌다기보다는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의 폭이 넓어졌다. 시대의 유행 같은 게 있지 않나. 터프 가이들이 나오는 시나리오가 많을 때가 있고 코미디가 유행할 때도 있고. 그런 것들이 맞물려서 절반의 우연이 왔던 게 아닐까.

의자에 걸친 깅엄체크 패턴 맥코트, 그레이 체크 수트, 베스트, 핀턱 턱시도 셔츠, 타이, 레이스업 워커 모두 Thom Browne.


AS A MAN


LH 올해로 배우 생활 25년이다. 알고 있었나?

장동건 25년? 별로 의식하지 않고 있었다. 20년 때는 좀 의식되던데(웃음). 30주년에는 뭘 좀 해봐야지.

LH 이제는 자신감을 가질 때도 됐는데 12년 만에 컴백한 TV 드라마 <신사의 품격>을 앞두고도 연기에 결핍을 느낀다고 말해서 의아했다.

장동건 자신감 문제가 아니라 그냥 나는 항상 결핍이라는게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진짜 내가 우리나라에서 연기 제일 잘해’라고 생각하는 배우가 있을까. 물론 배우에게 어느 정도 나르시시즘이 있어야 에너지를 얻을 수 있지만. 나는 항상 다른 무언가가 더 있지 않을까, 모르고 넘어가는 건 없나, 생각할 뿐이다.

LH 당신의 그런 수줍음이 지금껏 배우로서 롱런할 수 있는 힘이 됐을지도 모른다. 흔히 말하는 조용한 근성이나 저력 같은 것.
장동건 그런 것 같다. 처음에는 숫기 없고 내성적인 성격이 배우로 일하는 데 장애가 되고 단점이라고 생각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느긋했다 싶다. 현장에서 촬영 시간이 늘어지면 ‘뭐, 그럴 수도 있지’ 하는 편이다. 스스로 스트레스를 덜 받는 셈이다. 이전에는 크랭크 업이 되면 스태프들과 헤어지기가 아쉬웠는데 이제는 담담하다. 그런 과정과 감정에 익숙해졌을지도 모른다. 그날 저녁 와인 한잔이면 족하다. 또 만날 테니까.

LH 세계적인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를 비롯해서 이제는 해외 진출 루트가 훨씬 다양해졌다. 장동건은 2002년부터 해외 합작 작품에 출연했으니 어떻게 보면 해외 진출 한국 스타의 원조라고 볼 수 있다. 요즘 새롭게 준비하는 게 있나?
장동건 당시에는 다양한 경험으로 여겼다. 여러 언어로 연기하는 것은 힘들었다. 그런 상황을 다 아니까 이제는 하고픈 생각이 쉽게 들지 않는다. 지금은 한국 영화가 더 좋다.

베이지 핑크 숄칼라 재킷. 팬츠, 드레스 셔츠, 커머번드, 포켓 스퀘어, 페이턴트 로퍼 모두 Tom Ford.

LH 요즘 당신을 가장 기쁘게 하는 건 무엇인가?
장동건 아이들과 노는 시간, 내가 잘 찍은 사진 한 장, 골프장에서의 버디(Birdie).


LH 여전히 취미는 영화 보기인가?
장동건 실은 요즘 영화를 거의 안 본다(웃음). 2년 전부터 제대로 안 본 것 같다. 최근에 인기 높았던 <라라랜드>도 아직 못 봤다. 어느 순간부터 영화 보는 게 일 같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영화를 순수하게 즐기지 못하고 뭔가 찾아내려 하고 다음에 써먹어야지 생각하게 되니까 조금 재미가 없어졌다. 하지만 다시 봐야겠다.

LH 영화에 거리를 둔 대신에 일상에서 다른 기쁨을 찾은 것은 아닌가?
장동건 이제는 가볍게 와인 한잔을 놓고 오랜 시간 수다 떠는 게 좋다. 일상이나 사회 문제 등을 화제로 삼으며 사람들과 논쟁하는 것도 즐겁다. 그런 가운데 많이 배운다. 가장 격렬한 대화 상대는 박중훈 선배와 전혀 다른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LH 남자들끼리의 수다라…. 우정이나 의리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장동건 의리란 응답하는 것이 아닐까. 나이 들면서 의리를 달리 생각하게 됐다. 예전에는 친구에게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뛰어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다르다. 결국 친구와의 관계는 자기의 부름에 대한 응답인 듯하다. 처지와 상관없이 자신의 선택이니까. 3년 만에 봐도 어제 본 것 같은 친구와 매주 연락하는 친구 중에 누가 더 가까운지 어떻게 알 수 있나?

LH 장동건에게 사랑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장동건 글쎄, 내가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 아니어서 그런지 내게 먼저 다가와서 친해진 경우가 많다. 그건 별로 변하지 않은 것 같다.


LH 우리가 알고 있던 장동건의 면면이 꽤 변한 듯하다.
장동건 아빠가 됐으니까. 얼마 전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이제 아빠와 엄마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아이가 완전히 안다. 입학식 날 사람들의 관심을 의식하더라. 그런 아이를 보면서 멋진 아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친구가 앞으로 중학생, 고등학생이 됐을 때 “아빠가 옛날에 잘나갔던 사람이야”라고 말하려면 근사한 추억으로 남아야 하지 않을까. 요즘 삶에 대한 기준이 새로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대중에게 잘 보이기 위해 뭘 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지금은 아이에게 어떤 아빠로 보일지를 많이 생각한다.

LH 그런 의미에서 오늘 촬영은 마음에 드나?
장동건 촬영은 잘된 것 같은데…. 거울로 보는 얼굴과 카메라에 찍힌 모습은 다르니까 어떨지 모르겠다. 이렇게 오랜만에 촬영하면 내가 얼마나 많이 변해 있을까 걱정도 된다. 나는 내 얼굴이 아직 과도기인 것 같다. 마음에 드는 점도 있고 안 드는 점도 있다. 그러니까 아직 뭔가 덜 발전된 이미지가 내 눈엔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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