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속 이웃 살린 꽃집 사장님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17.04.04 15:59

[피플]꽃집 운영 장순복 씨, 화재현장 뛰어들어가 생명 살려..'부부 의용소방대원' 활동

자신이 운영하는 꽃집 앞에 선 장순복 씨 /사진=장순복 씨 제공
"다른 사람이라도 그런 상황에선 불 속에 들어갔을 겁니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장순복(48) 씨는 화재 현장 속에 뛰어들어가 소중한 생명을 구해 낸 자신의 행동에 대해 "당시 제가 우연히 그 앞에 있었을 뿐"이라며 겸손해 했다.

지난 3월23일 오후 4시6분, 갑자기 밖에서 들려온 소란한 소리에 장 씨는 꽃집 밖으로 나왔다. 근처 식당 아주머니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뛰어가보니 바로 옆 카센터를 이웃으로 둔 철물점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가끔 물건을 사러 가던 곳이었다. 놀라서 더욱 가까이 가봤다.

마침 철물점 주인 아주머니가 안에서 뛰어나왔는데 머리카락에 불이 붙어 연기가 나고 있었다. 급히 손으로 머리에 붙은 불을 껐다. 주인아저씨를 살려달라고 했다. 장 씨는 곧바로 불타고 있는 철물점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바닥에 한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장 씨는 철물점 주인 김 모씨를 밖으로 데리고 나오려 애를 썼다. 철물점 안에 있던 스트로폼 등이 불에 타면서 실내는 유독가스로 가득 찼다. 숨이 턱턱 막혔다. 일단 밖으로 나와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마침 주변에 마스크 한개가 눈에 띄었다. 생각할 틈도 없이 마스크를 쓰고 다시 불길 속으로 들어갔다. 안간힘을 다해 김 씨를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기도가 막혀 생명이 위태로워 보였다. 즉각 심폐소생술을 시행했고, 구급대원이 도착하기 전 김 씨는 다행히 의식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장 씨는 손에 화상을 입었다. 이틀에 한번씩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고 있다. 화상으로 피부조직이 죽어 환부 일부를 도려내고 다시 꿰매는 수술을 했다. 장 씨는 밝은 목소리로 "저는 괜찮다"고 했다.


꽃집 사장이 불길에 주저 없이 뛰어들고 위급한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자, 그는 "부부가 의용소방대 활동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장 씨는 "매월 19일 소방서 119안전센터에 대원들이 모여 소방관으로부터 화재 교육을 받고 있다"며 "저는 관련 자격증을 못 땄지만 아내는 받았다"고 귀띔했다. 장 씨의 부인도 이번 화재 현장에 장 씨의 뒤를 따라 뛰어들었고, 신속히 119에 연락해 구조가 이뤄지도록 도왔다.

주변 이웃의 도움도 있었다. 장 씨는 "건너편 주유소 직원들이 소화기를 가져와 분사하는 등 구조를 도와줬다"며 "이번 일은 이웃들과 함께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4일 LG복지재단은 장 씨에게 'LG의인상'과 상금을 각각 전달했다. 'LG의인상'은 2015년부터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구본무 LG 회장의 뜻을 반영해 제정한 상으로, 현재까지 총 43명에게 수여됐다.

지난달 27일 제주 서귀포시 민박집 화재 현장에 뛰어들어 투숙객 7명을 구한 UDT(해군특수전전단) 소속 이정수(26), 임도혁(22), 신상룡(24) 하사도 각각 의인상과 상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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