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내한' 빈 필하모닉 앙상블 "윤이상·한국인 음악열정 경탄"

머니투데이 통영(경남)=구유나 기자 | 2017.04.02 14:47

1~ 2일 통영국제음악제서 공연…요한 스트라우스부터 윤이상까지 연주

1일 경상남도 통영시 국제음악당에서 열린 '2017년 통영국제음악제' 빈 필하모닉 앙상블 첫 무대를 준비하는 슈켈첼 돌리. /사진=구유나 기자

'빈 필하모닉 앙상블'이 한국에 첫 방문했다. 고(故) 윤이상의 곡을 연주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일 경상남도 통영시에서 열린 '2017년 통영국제음악제' 빈 필하모닉 앙상블 첫 무대를 몇 시간 앞두고 앙상블의 악장(퍼스트 바이올린) 슈켈첸 돌리(46)를 만났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아닌 앙상블로서는 한국에 처음 옵니다. 통영에 오기 전에 다른 도시에서 공연을 했는데, 한국 관중들의 반응은 유럽과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음악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실제로 이날 공연에서도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과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앙상블은 요한 슈트라우스의 곡을 중심으로 신년 음악회의 주요 레퍼토리를 연주했다. 부드럽고 경쾌한 연주 속에서도 특유의 관록이 묻어나오는 무대였다. '크라펜 숲에서'를 연주할 때는 퍼커션(타악기)를 맡은 클라우스 자우너의 익살스런 행동이 웃음을 자아냈다. 3번의 커튼콜 끝에 앙코르 공연으로 아리랑과 라데츠키 행진곡이 이어졌다.

2013년 창단된 빈 필하모닉 앙상블 단원들의 모습. /사진=통영국제음악재단

지난 2013년 창단된 빈 필하모닉 앙상블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리니스트인 돌리를 중심으로 홀거 그로(바이올린), 세바스티아나 브루(첼로), 고틀리프 바일리슈(피아노) 등 4명으로 시작했다. 최근에는 13명까지 늘어나면서 관악기와 타악기 섹션도 추가됐다. 모두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정단원들이다.


빈 필하모닉 앙상블은 빈 필 특유의 전통적 스타일을 고수한다. 실제로 이들의 연주를 들어보면 고전적이면서도 부드러운 연주에서 뽑아내는 풍성한 사운드가 오케스트라 못지 않다. 돌리는 "'빈 필'을 작은 챔버(소규모 관현악단)로 옮겨 세계 곳곳을 다니며 비엔나의 전통 음악을 알리는 '음악 대사'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에 한국을 오게 된 계기는 한국과 오스트리아 외교 관계 수립 125주년을 맞아서다. 먼저 오스트리아 대사관에서 한국인이 사랑하는 '빈 필'을 초청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때마침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은 통영국제음악제에 참석하는 것도 의미있다고 생각했다. 윤이상은 오스트리아 작곡가인 쇤베르크의 제자로 '제2빈악파'로 불리기도 한다.

"사실 윤이상은 독일 위주로 활동했기 때문에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쇤베르크 계통의 작곡가 이상으로는 잘 알려져 있지는 않습니다. 저희 앙상블도 윤이상의 작품을 연주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 악기와 성악부의 구성이 조화로운 멋진 곡입니다. 기회가 있다면 빈에서도 이 곡이나 윤이상의 다른 곡을 가져가 연주하고 싶습니다."

앙상블이 2일 연주하는 윤이상의 '밤이여 나뉘어라'(1980)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 넬리 작스의 시에 작곡한 작품이다. 유대인이었던 작스는 나치를 피해 스웨덴으로 망명했다. 그의 시는 정치에 의한 폭행과 짓밟힌 양심을 규탄하고 궁극적으로 인간정신의 승리와 평화를 노래한다. 윤이상은 시인의 삶과 정신을 '빨갱이'로 탄압받은 자신의 것과 동일시하며 마음 아파했다.

"음악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어두운 마음 속 빛을 밝히는 겁니다. 음악은 음악이고 정치는 정치죠. 빈 필하모닉 앙상블과 윤이상의 음악을 기대하는 관객들에게 최고의 연주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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