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April fool's day) 농담같은 일들이 불과 몇개월만에 숱하게 일어나다보니 정작 만우절에는 아무도 웃을 수가 없다.
4월 1일 만우절. 사방에 봄꽃이 피어나는 즐거움에 버무려 어지간한 농담은 즐겁게 웃어넘기는 날이다. 예년같으면 전날 밤 자정부터 재기발랄한 농담이나 희망을 담은 페이크 뉴스(가짜 뉴스)가 즐거움을 줬을 정가엔 적막만이 가득하다. 대선 후보자나 정치인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도 만우절 농담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사실 정치인들이 가장 뽐내고 싶어하는 덕목 중 하나가 유머감각이다. 만우절은 유머감각을 자랑할 좋은 기회다. 선진국에선 더 두드러진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대변인이 다리를 다쳐 25세 말단직원을 대변인으로 임명하겠다고 농담을 하고, 대변인이 다리를 다친 척 절며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일화가 유명하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인들은 전통적으로 미국 등 선진국보다는 만우절 농담에 조심하는 분위기가 우세다. 한 초선의원은 "해마다 4월은 재보궐 등 선거가 치러지는 경우가 많았고 정치사안이라는건 때를 가리지 않고 늘 존재한다"며 "만우절 농담 한번 했다가 그걸 갖고 꼬투리를 잡힐까 조심들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올해는 특히 조기대선을 앞두고 만우절 농담은커녕 입조심 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각 당의 대선주자들이 연이어 말실수로 입길에 오른 터다. 멀게는 민주당 안희정 후보의 선의 발언과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전두환 표창 발언 등이 의도와 다른 해석으로 오해를 낳았다. 또 가깝게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사면 발언이 오해의 소지가 됐다.
안 후보가 거물급 정치인이나 경제사범들의 사면복권에 대해 대통령 마음대로가 아니라 사면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이게 듣고 싶은 사람 귀에는 "박근혜 사면도 가능하다"고 들렸나보다. 민주당 등에 뭇매를 맞았다. 안 후보 측 김경록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 사면 가능성을 언급한 적 자체가 없다"고 했다.
개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제 5년에 한 번 열리는 대선이 5월 초 치러진다. 4월은 한창 대선전에 불이 붙을 때다. 올해부터 본격화된 정치권의 페이크 뉴스와의 전쟁이 매번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5년에 한번은 만우절을 뺏길 판이다. 그나마 내년 만우절엔 국민들도 정치인도 가벼운 농담과 함께 웃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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