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해배상제 국내 시행… 제2 옥시 사태 막을까

머니투데이 김만배 기자, 이태성 기자, 양성희 기자, 한정수 기자, 김종훈 기자 | 2017.04.01 06:17

[서초동살롱<161>]제조물 한정 최대 3배 보상…"제도 확대하고 집단소송제 등 보완해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이하 가피모)이 유해성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을 묻고 당시 환경부장관 등 정부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제조물의 결함을 알면서도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혔다면, 이 피해 이상을 보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드디어 국내에서도 시행됩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이 제도 도입의 도화선을 당겼습니다.

이 제도는 과연 제 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막을 수 있을까요. 관련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b>피해액의 최대 3배 배상…소비자에 유리한 조항들 포함</b>

국회는 지난 30일 본회의를 열고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을 재석의원 204명 중 찬성 194명, 반대 2명, 기권 8명으로 가결했습니다. 이 개정안은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을 알면서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판매해 소비자가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은 경우,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책임을 지게 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피해자는 배상을 받기 위해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 △손해가 제조업자의 실질적인 지배영역에 속한 원인으로부터 초래됐다는 점 △손해가 제조물의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 등 3가지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기존에는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제품 결함을 비롯해 결함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직접 입증해야 했습니다. 개정안이 피해자들의 입증 책임을 완화한 것입니다.

제조업자는 제조물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경우 면책될 수 있습니다. 이 역시 손해발생의 원인을 증명할 책임을 제조업자에게 부여한 것으로, 소비자들에게는 유리한 제도로 볼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제조업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제조물을 영리 목적으로 판매·대여 등의 방법으로 공급한 업체가 손해배상 책임을 집니다. 공급업체에 까지 책임을 물린 것입니다. 공급업체가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의 요청에 따라 일정 기간 내에 제조업자를 고지하면 면책받을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개정안은 법원이 배상액을 정할 때 △고의성의 정도 △제조물의 결함으로 발생한 손해 정도 △제조물의 공급으로 제조업자가 취득한 경제적 이익 △제조물의 결함으로 제조업자가 받은 형사처벌·행정처분 정도 △제조물 공급 지속된 기간·공급 규모 △제조업자의 재산상태 △제조업자가 피해구제를 위해 노력한 정도 등을 고려하도록 했습니다. 이 법은 공포 후 1년이 지나면 시행되며, 이 법 시행 후 처음으로 공급하는 제조물부터 적용을 하도록 했습니다.

<b>소비자 권익 보호하는 제도…"기업 활동 저해 우려는 기우"</b>

이 제도가 시행되면 제조업체들은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 이를 방치하기 어렵습니다. 잘못하다가는 기업이 문을 닫아야 할 정도의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존슨앤존슨' 사건이 대표적인데요, 한 여성이 미국에서 베이비파우더로 알려진 탤컴파우더 사용으로 난소암이 발병했다며 존슨앤존슨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은 회사 측이 징벅절 손해배상금 5000만달러와 피해액이 입증된 손해배상금 500만달러, 총 5500만달러(620억여원)를 물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피해액의 10배가 징벌로서 부과된 것입니다.

이때문에 재계에서는 기업 활동을 막을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재계는 이번 개정안을 놓고 "손해배상 범위와 수준이 지나쳐 부작용을 낳을 소지가 있으며 기업들에 과도한 배상금을 노린 줄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그동안 대량의 피해를 발생시킨 기업들이 피해자들을 대했던 태도 등을 고려하면 이는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입니다. 개정안이 기업이 면책될 수 있는 방법을 명문화 해놓은 만큼 '과도한 배상금을 노린 줄소송'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죠. 한 법조계 관계자는 "소비자와 기업 간 소송은 기업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며 "이번 제도가 소비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해 준 면은 있지만, 기업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평가했습니다.

<b>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집단소송제 단일화 필요성 있다</b>

다만 이번 법안은 가습기 살균제 등 제조물에 한해서 시행됩니다. 이때문에 안전·위생·식품 관련 위법행위에 대해서도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 법조인은 "제조물 뿐만 아니라 대량으로 소비될 수 있는 식품 등 관련 분야에도 이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와 함께 집단소송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흔히 우리나라에서도 집단소송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이는 '다수 당사자 소송'을 뜻하는 것입니다. 판결의 효력이 소송 당사자뿐만 아니라 피해자 전체에게 미치는, 진정한 의미의 집단소송이 아닌 편의상 쓰는 명칭인 것이죠. 현재 집단소송이 인정되는 분야는 증권 등 분야로 한정됩니다.

이에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24일 '포괄적 집단소송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여기서는 포괄적 집단소송법을 도입해 소비자의 권리보호 방법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펼쳐졌습니다.

안타까운 사건이 터진 후 가장 중요한 것은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는 일입니다. 다수의 소비자 피해를 발생시키는 기업의 불법행위는 근절돼야 하고. 소비자 피해는 좀 더 현실적으로 구제돼야 할 것입니다. 제2의 옥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또 필요한 제도를 검토하는 것이 국회가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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