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영화판처럼 선거판의 '엠마' 고르기

머니투데이 배성민 부장 | 2017.04.03 17:57
영화 '라라랜드'의 한장면/제공=판시네마


# 2017년 들어 영화계를 들었다놨다 한 여배우는 한결같이 엠마였다. 감성 뮤지컬 ‘라라랜드’와 대작 흥행영화 ‘미녀와 야수’의 출연 배우들인 엠마 스톤과 엠마 왓슨 말이다.

두 배우의 엇갈린 선택도 영화만큼 화제였다. 아카데미 등 주요 영화제를 휩쓴 라라랜드의 여주인공으로는 본래 해리포터 시리즈의 여주인공으로 유명했던 엠마 왓슨이 물망에 올랐었다. 하지만 미녀와 야수의 실사판 영화의 주연 제안을 받고 라라랜드를 ‘과감히’ 포기했다.

그러자 엠마 스톤에게 기회가 갔다. 세계적인 명감독들의 러브콜을 받았으면서도 인지도가 높진 않았던 엠마 스톤은 ‘라라랜드’에서 그야말로 펄펄 날았다. 연기력 극찬이 이어졌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도 따냈다. 스파이더맨의 여자친구역으로만 머무르지 않게 된 것.

이 와중에 라라랜드쪽에 고개를 뻣뻣이 세웠던 엠마 왓슨은 ‘디즈니 영화에 출연하느라 예술영화를 차버렸다’는 갑질 논란에 시달렸다. 해리포터의 헤르미온느는 ‘마법주문’ 없인 어쩔 수 없다는 비아냥과 함께.

하지만 미녀와 야수가 전세계에 개봉하면서 사정은 또 달라졌다. 엠마 왓슨이 ‘벨’역에 완벽히 녹아들었다는 평가가 최근 들어 쏟아지고 있다. 엠마 왓슨은 “야수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벨은 꿈이 있고 진취적”이라며 여성의 몸을 옥죄는 드레스 속 코르셋 촬영은 거부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예쁜 여배우로만 기억되고 싶지 않다는 그의 활동 때문인지 UN 여성 친선대사로도 위촉된 상태다.

엠마를 둘러싸고 알려지지 않은 사실도 많다. 에밀리 스톤이 본명인 엠마 스톤에게 엠마는 본명이 아니다. 마릴린 먼로의 본명이 노마 진인 것처럼.


아이돌 배우인 엠마 왓슨 주변에는 국민엄마 김혜자같은 배우 엠마가 또 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단골 수상 후보인 베테랑 배우 엠마 톰슨이 바로 그다. 엠마 톰슨은 해리포터 시리즈에 이어 ‘미녀와 야수’에서도 엠마 왓슨과 함께 했다.

# 6개월 가까이 영화같은, 드라마같은 시국이 숨가쁘게 펼쳐졌다. 지지자와 반대세력 양쪽에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정국의 정점에 있던 인물은 수의를 입고 구치소에 갇혔다. 그를 대신해야 할 인물을 뽑아야 하는 선거를 앞두고 있다.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도 속속 가려지고 있다. 당내 경쟁자와 겨루느라 쏟아냈던 거친 말들은 다른 당 후보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종북좌파-꼴보수 논쟁에 더해 패권주의, 타이어 논쟁(스페어 타이어, 펑크난 타이어), 배신자, 모두까기 인형, 독고다이, 독불장군 등 후보들끼리 서로를 할퀴는 말들이 즐비하다. 물론 대세론, 거부감 없는 후보, 보수적자, 스트롱맨, 진보 여전사 등 자화자찬의 말도 많다.

다시 엠마 얘기로 돌아가면 엠마 스톤의 주연상 수상까지는 1985년생 감독과 오디션과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헐리웃 주변의 인간 군상에 대한 세밀한 이해가 있었다. 엠마 왓슨은 해리포터의 여자친구만이 아니었고 엠마 스톤은 스파이더맨의 구원만을 기다리지 않았다. 스스로 작품을 고르는 눈을 길렀고 준비도 소홀하지 않았다. 배우처럼 대선 주자들도 성숙해졌을 것이다.

헌정 사상 최초인 조기 대선의 불안을 씻어내고 정국혼란과 경제를 정상화시키는 영화같은 대선을 유권자는 기다린다. 후보들의 실천가능한 공약과 주변인물들과 후보의 조화 등도 필수 고려 요소다. ‘스톤이든 왓슨이든 심지어 톰슨이든’ 엠마라는 배우가 영화에서 연기한뒤 관람 여부를 선택하는 것은 결국 관객이다.
머니투데이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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