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30일. 삼성동 자택은 이른 아침부터 전쟁통 같았다. 지지자들이 몰려 일대는 발 디딜 틈조차 없었고 영장기각을 촉구하는 구호가 골목에 가득했다.
이른 아침부터 모여든 지지자들은 한때 500여명(경찰 추산)까지 불어났다. 하나같이 성난 모습이었다. 김수남 검찰총장을 겨냥한 욕설이 난무했고 취재진, 경찰과도 마찰을 빚었다.
박 전 대통령이 법원으로 출발하기 직전 친박계 인사들이 속속 모였다. 최경환·조원진·윤상현 등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8명이 오전 9시30분쯤 모습을 드러냈다.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동행했다. 조원진 의원은 이달 13일에도 자택을 방문했다.
친박 의원들에 이어 오전 9시35분쯤에는 박 전 대통령 동생 박지만 EG 회장이 자택을 찾았다. 부인 서향희 변호사와 함께 왔다. 박씨 부부가 박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찾아온 건 탄핵 사태 이후 처음이다.
친박 의원들이 1층에서 기다릴 동안 박씨 부부는 자택 2층에 올라가 박 전 대통령과 대면했다고 전해졌다. 오랜만의 남매간 만남은 30분을 채 넘기지 못했다. 두 부부는 오전 10시쯤 박 전 대통령보다 먼저 자택에서 나왔다.
박씨의 표정은 들어갈 때보다 더 침통했다. 눈물이라도 흘린 듯 눈시울이 붉었다. 곁에 선 서 변호사의 얼굴에도 깊은 그늘이 졌다.
박 전 대통령은 오전 10시9분 자택을 나섰다. 남생 정장 차림에 담담한 표정이었다. 측근들에게 가볍게 목례한 후 지지자들을 한번 바라보고는 아무 말 없이 정차된 차량에 올라탔다.
박 전 대통령이 나타나자 지지자들의 감정은 극에 달했다. 상당수가 눈물을 훔치며 태극기를 흔들었고 흥분한 몇몇은 경찰 통제선을 넘어 난입하려다 제지당했다. 바닥에 주저앉아 대성통곡하는 지지자도 보였다.
박 전 대통령 차량은 취재진과 지지자들로 뒤엉킨 좁은 골목을 2분여 새 빠져나갔다. 차량은 봉은사로를 타고 교보사거리를 지나 고속터미널 사거리에서 좌회전해 서울중앙지법에 9분 만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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