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사실은 다음달 출판을 앞둔 '전두환 회고록' 중 일부를 전 전 대통령 비서진이 언론에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10·26사태 이후 들어선 전두환 신군부가 최태민씨를 수사한 사실은 이미 알려졌고 전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허화평 전 의원이 최태민씨 격리·수용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전 전 대통령이 이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회고록에서 전 전 대통령은 2002년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에서 떨어져 나와 새로 '미래연합'이란 정당을 만들어 이끌던 박근혜 당시 의원이 협력을 요청했을 때 완곡한 거절의 의사와 만류의 뜻을 전했다고 했다.
박 의원이 대통령이 되는 데는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봤고 실패할 경우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를 욕보이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는 것이다.
전 전 대통령은 박 의원이 지닌 여건과 능력으로는 (대통령직 수행이) 무리한 욕심이라고 생각했다는 뜻도 밝혔다.
최태민씨에 대해서는 "그때까지 (박)근혜양을 등에 업고 많은 물의를 빚은 바가 있고 그로 인해 생전의 박정희 대통령을 괴롭혀온 사실은 이미 관계기관에서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또 "최태민씨가 더 이상 박정희 대통령 유족의 주변을 맴돌며 비행을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격리 시켰다"고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재임시절 영남대를 둘러싼 분쟁이 불거지자 이 대학 설립에 관여한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을 미국에서 직접 불러들여 중재를 부탁했다는 사실도 전 전 대통령 쪽에서 공개했다.
영남대와 관련한 분쟁은 박근혜 당시 재단 이사를 앞세우며 최태민씨가 직간접으로 재단에 관여하면서 부정입학 등 입시비리, 학생들과의 갈등 등이 빚어진 사건이다.
전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박정희 지우기'에 나서는 등 배신했다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 "'비판적 계승자'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배신했다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라고 강하게 부인하면서 오히려 유족을 예우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5공화국 말 민주화시위, 6·29선언과 관련해서는 자신이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통령 후보(민정당 대표)에게 직선제 수용을 권유했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또 고심하던 노 후보가 마지못해 직선제 수용을 받아들이면서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스스로 6·29선언을 내놓은 뒤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는 모양새를 취해달라는 부탁을 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와 관련, ‘노 후보가 제의한 방안은 사실을 왜곡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민을 기만하는 연극을 하자는 것 아닌가. 역사에 비밀이 없고 언젠가는 밝혀질 텐데 그때 국민이 느낄 허탈감과 분노를 어찌 감당할 것인가’라고 자신의 고뇌를 밝히기도 했다. 이들의 실랑이는 노태우의 6·29선언과 전두환의 대승적 수용이라는 모양새로 마무리됐다.
이같은 내용이 담긴 ‘전두환 회고록’은 △10·26사태 이후 대통령이 되기까지 과정을 담은 1권 '혼돈의 시대' △대통령 재임 중 국정수행 내용을 서술한 2권 '청와대 시절' △성장과정과 군인시절, 대통령 퇴임 후 일들을 담은 3권 '황야에 서다' 총 세 권으로 구성돼 출간을 앞뒀다. 회고록 출간예정인 출판사 자작나무숲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는 출판사 시공사와 음악세계를 소유하고 있다. 전두환·이순자 부부의 회고록을 펴낸 판사 자작나무숲은 음악세계의 임프린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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