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커넥션…소수의 영웅놀이가 가능한 까닭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7.04.01 07:18

[따끈따끈 새책] ‘기득권층’…세상을 농락하는 먹튀의 귀재들

기득권이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지만, 우리 삶에 생활 용어로 깊숙이 들어온 것은 전적으로 ‘박근혜-최순실 사태’ 덕분이다. 그들로 인해 안개처럼 자욱하던 용어의 추상성이 구체적 영향력으로 인지하고 체감할 수 있었다.

기득권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선뜻 대답하긴 어렵다. 문제는 우리가 기득권의 실체에 무지할수록 기득권층에겐 이득이라는 점이다. 하층계급과 소수의 탄압에 관심을 보여온 저자 오언 존스는 기득권을 ‘권력을 가진 소수집단’으로 정의한다. 다수에 맞서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는 자들, 즉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권력집단이라는 것이다.

이 기득권층을 탄탄하게 만든 주역으로 저자는 우익 이론가들을 지목한다. 하이에크로 대변되는 자유방임주의 이론가들은 부자감세, 규제철폐, 민영화 등을 외치며 전후에 합의된 사회민주주의를 부정했고, 국가와 공공지출의 의미를 악마화하는 데 앞장섰다는 게 그의 해석이다.

이를테면 영국의 납세자동맹 같은 단체는 납세자 권익을 옹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실은 복지기금이나 노조전임자를 공격함으로써 기득권층의 이익을 대변했다. 마치 우리의 전경련이나 어버이연합 같은 단체의 성격과 비슷한 셈이다.

기득권층은 작은 정부를 외치며 자유시장 논리를 옹호하는 듯 보이지만, 국가 부조(扶助)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구글의 검색 엔진조차 국가의 연구개발에 의지한다.


대우조선은 어떨까. 자신의 탐욕 때문에 무너진 기업에 제공된 엄청난 구제금융 사례는 부자와 기업이 필요할 때 국가가 언제든지 나서서 그들을 구제해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선동자를 비롯한 자유방임주의자들은 부자 기업이 아닌, 최하층을 세금 낭비의 주범으로 몰고 가기 일쑤다.

부자들을 위한 사회주의 이면에는 기득권층의 커넥션이 존재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정치인은 기업의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고, 기업인은 대신 후원금을 대준다. 언론은 독자의 생각 대신 정치적 동기를 가진 소수 소유주의 생각에 좌우된다.

저자는 “1970년대 선동가들의 이데올로기 투쟁에서 시작된 기득권층의 반민주적 권력은 이제 정계, 학계, 언론계, 금융계 등 전 영역에 걸쳐 확고한 세력으로 성장했다”며 “지금이야말로 민주세력이 새로운 씨앗을 키워 소수의 영웅놀이를 중단시키고 사회정의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득권층=오언 존스 지음. 조은혜 옮김. 북인더갭 펴냄. 528쪽/1만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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