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연출가' 반 호브 내한 "극우의 성전도 곱씹어봐야"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 2017.03.30 15:58

이보 반 호브, 두 번째 내한 '파운틴헤드'연출 통해 존재론적 질문 던져


현재 미국과 유럽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출가 이보 반 호브(Ivo van Hove·59)가 왔다. 첫 한국 방문이자 두 번째 내한 무대다. '파운틴헤드'는 정치색 논란에 얽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연극이지만 그가 관객들에게 가장 선보이고 싶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네덜란드 '토닐그룹 암스테르담'의 예술감독인 이보 반 호브는 30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처음 아인 랜드의 소설 '파운틴헤드'를 연극으로 만든다고 했을 때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의 소설은 미국에서는 극우주의자들의 성서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더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고 말했다.

"과거에 독일 나치도 바그너의 오페라가 그들의 이데올로기를 대변한다고 선전했습니다. 그런데 유태인 지휘자인 바렌보임이 오페라를 이스라엘에 가져가서 공연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었어요. 당시 그는 '이것은 최고의 음악이기 때문에 연주해야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작가 아인 랜드(1905~1982)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파운틴헤드'는 두 명의 젊은 건축가에 대한 이야기다. 기회주의자인 피터 키팅은 대형 설계사무소에서 성공을 좇는 반면 이상주의자인 하워드 로크는 아무 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자신만의 예술관을 펼친다. 고뇌하는 예술가들을 통해 존재론적인 물음을 던진다. 호프는 10년 전 이 책을 접한 후 연극으로 각색하겠다는 일념으로 6년간의 노력 끝에 저작권을 확보했다.

이번 공연에서도 카메라 영상을 활용한 특유의 연출 기법과 풍성한 라이브 음악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카메라를 사용해 배우의 얼굴을 아주 가깝게 촬영해 미세한 감정 변화를 포착한다. 무대 곳곳의 디테일을 비춰 상징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2012년 국내에서 선보인 '오프닝 나이트'에서도 무대 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동시에 촬영해 극장이라는 장소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오늘날 세상에서 극단적인 자유주의가 조금씩 더 당연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소설에서는 '선택'이 중요합니다. 한 집단의 일부분이 될지 나 자신 개인으로 남을지에 대한 선택이죠.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도 주효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영국의 한 평론가가 "어디를 가도 이보 반 호브가 있다"고 한 것처럼 연극계는 가히 '이보 열풍'이다. 영국 내셔널 시어터(NT), 뉴욕 시어터 워크숍, 프랑스 오데옹 등 세계 유수의 극장들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낸다. 16/17 시즌에 무대에 오르는 작품만 10개다. 다음달에는 영국 바비칸 센터에서 주드 로 주연의 연극 '집착'(Obsession)을 공연한다.

그는 2006년 셰익스피어의 3개 작품을 엮은 '로마 비극'을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코리올레이너스', '줄리어스 시저', '안토니오와 클레오파트라'를 하나로 엮은 이 작품은 6시간짜리 대작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과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2014년 초연작으로 인간 소외를 다룬 '다리에서 바라본 풍경'은 올리비에상과 토니상 시상식에서 최고연출상과 작품상 2관왕의 영예를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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