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30일. 서울 삼성동 자택은 이른 아침부터 전쟁통과 다름없었다. 친박(친박근혜)성향 지지자들이 몰려 일대는 발 디딜 틈조차 없었고 영장기각을 촉구하는 구호가 골목마다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전날부터 하루 밤을 꼬박 샌 지지자들을 포함해 자택 주변에는 한때 500여명(경찰 추산)이 운집했다. 하나같이 성난 모습이었다. 김수남 검찰총장을 겨냥한 욕설이 난무했고 취재진, 경찰과도 마찰을 빚었다.
한 여성 지지자는 도로 한복판에 드러누워 "가려면 나를 밟고 가시라"며 부르짖었다. 돗자리를 깔고 쉴 새 없이 절을 올리는 지지자도 있었다. 울다가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가는 사람도 나왔다.
오전 10시9분. 박 전 대통령이 자택을 나왔다. 남생 정장 차림에 담담한 표정이었다. 이날 오전 자택을 찾은 동생 박지만·서향희 부부와 조원진·최경환 등 자유한국당 소속 친박계 의원들이 주변에 함께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가볍게 목례한 후 지지자들을 한번 바라보고는 아무 말 없이 정차된 차량에 올라탔다. 차량은 봉은사로를 타고 교보사거리를 지나 고속터미널 사거리에서 좌회전해 서울중앙지법에 9분 만에 도착했다.
박 전 대통령 차량은 취재진과 지지자들로 뒤엉킨 좁은 골목을 2분여 새 빠져나갔다. 지난 검찰 출석 당시와 마찬가지로 박 전 대통령이 탑승한 검은색 에쿠스 차량 앞뒤에 경호차량 2대가 따라 붙었다.
박 전 대통령이 떠난 직후 지지자들은 영장실질심사가 치러지는 서울중앙지법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장소를 옮기는 중에도 '구속반대' '탄핵무효' 등 구호는 그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중앙지법 앞에서는 구속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릴 예정이다. 지지자들은 이날 오전 중앙지법 앞 삼거리에서 영장 기각 촉구 집회를 연다. 예상 참가자 수는 500~1000명 정도다.
박 전 대통령은 영장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법원이 정해주는 장소에서 대기한다. 영장심사 결과는 자정 넘어 이튿날 새벽녘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박 전 대통령은 곧장 서울구치소에 수감된다. 영창 청구가 기각되면 자택으로 귀가한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 삼성동 자택과 중앙지법 앞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시위는 다시 한번 과격해질 수도 있다.
경찰은 이날 자택 주변으로 15개 중대 1200여명을 집중 투입했다. 여성 지지자들에 대응할 여경도 다수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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