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후폭풍 '회계감사 대란'…月 100곳 실적정정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김훈남 기자, 박계현 기자, 김주현 기자 | 2017.03.29 04:28

제출된 감사보고서 정정사례도 전년동기 46% 급증해

최근 코스피 상장사 SJM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개년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를 정정했다. 이번 회계감사에서 3년 전 계열사·특수관계자 거래문제가 지적된 데 따른 것이다. 결국 3년간 나온 6개의 보고서를 정정하고 나서야 2016년 감사보고서를 받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 지난해 7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회계감사에서 해외사업 수익을 보수적으로 인식하라는 회계법인 권고가 있었고 이를 받아들여 결국 15억원 영업적자로 수정했다.

상장사들의 회계감사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앞선 사례처럼 회계사들의 지적으로 지난해 매출, 영업이익 등 실적을 뒤늦게 수정하거나 이미 제출된 감사보고서를 수정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와 관련,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이 영업정지를 당한 후 회계사들이 '현미경 감사'에 착수하며 벌어진 사태다. 기업들은 "감사수위가 지나치다"며 볼멘소리지만 회계사들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코넥스 포함 상장기업 올 들어 85건 감사보고서 정정=수치로 보면 기업들이 받은 압박이 확연해 보인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전날까지 제출된 상장기업(코스피, 코스닥, 코넥스)의 감사보고서 정정건수는 총 85건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58건보다 46% 늘어난 수치다. 감사보고서를 다시 쓰고 있는 기업까지 더하면 이달 말까지 100건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11월 3분기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이와 관련해 딜로이트안진에서 감사의견 거절이 나왔다. 공사수익, 미청구공사 등에 대해서 수익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최근 공개된 연말 감사보고서에서는 적정의견이 나왔지만 영업손실이 예상보다 큰 4672억원으로 정리됐다. 딜로이트안진이 대우건설 공사현장 40여 곳을 전수조사한 결과다. 또 부실 우려가 조금이라도 있는 자산은 전부 손실로 처리했다.



◇유리알 감사…실적정정 한 달에 100건씩 쏟아져=감사보고서가 바뀌다 보니 사업보고서나 공시실적도 함께 바뀌었다. 올들어 이달 24일까지 나온 실적정정 공시는 무려 288개에 달한다. 한 달에 100곳꼴이다.


성지건설은 지난해 순손실이 69억원이라고 공시했으나 회계감사 이후에는 순손실이 115억원이라고 정정했다. 이 과정에서 '감사의견 거절'에 따른 상장폐지 루머가 돌기도 했다.

C&S자산관리 역시 지난해 순손실을 103억원이라고 공시했으나 감사 후 수치가 393억원으로 급증했다. CB(전환사채) 평가와 골프리조트사업 관련 풋옵션 계약 손실이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

씨티씨바이오도 지난해 흑자(영업이익 28억원)를 냈다고 했으나 감사 후에는 26억원 영업손실에 27억원 순손실로 정정했다. 예스코의 순이익 648억원도 회계감사 후에는 491억원으로 내려갔다.

기업들은 꼼꼼해진 감사에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한편에선 바람직하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한 코스닥업체 대표는 "회계감사 기준이 몰라보게 깐깐해졌다는 점을 체감한다"며 "중소기업은 수출계약서나 오퍼시트(물품매도확약서)로도 매출이 인정됐는데 최근엔 실제 수출대금이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움도 크지만 이런 회계처리가 적절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국회계학회장을 역임한 황인태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우조선해양 등의 분식회계가 결국 은행과 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안겼던 전례를 본다면" "회계법인의 철저한 감사는 긍정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반에는 갈등과 볼멘소리가 나올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교수는 특히 기업들이 수출실적과 관련한 증빙을 처음부터 잘 만들어 회계법인에 제공하는 등 합리적 판단을 도울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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