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댓글알바' 이번엔 종지부 찍을까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 2017.03.27 04:30
"향후 유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겠다."

교육업계 '댓글 알바(아르바이트)'가 처음 수면 위로 드러난 때는 2007년이었다. 당시 댓글 알바에 가담했던 서울대 재학생 A씨가 덜미를 잡히면서, 이투스는 경쟁사 B사와 특정 강사를 상대로 댓글 알바를 벌인 점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댓글 알바생과 일부 직원들이 전도유망한 청년들이었던 점을 고려해 양측은 합의했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선에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후 교육업계 댓글알바는 근절은커녕, 일종의 관행으로 굳어졌다. 교육업체 간 고발전이 이어졌고, 일부 업체들을 상대로 한 폭로전과 이에 대한 명예훼손 재판도 진행됐다. 심지어 한 차례 사과했던 이투스는 2011년 두 번째 사과문을 게시하며 "2010년 12월 강사진 및 경영진의 대거 교체와 함께 수험생 여러분에게 떳떳한 회사로 거듭나고자 이후로 일체의 알바활동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5년 7월에는 검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으나, 이같은 관행을 뿌리 뽑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스카이에듀의 모기업 에스티유니타스 직원 5명이 PC방에서 댓글알바를 벌인 혐의로 지난달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일각에선 다수의 임직원이 장기간 조직적으로 동원됐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5명이 기소되는 선에서 수사는 마무리됐다.


지난 1월 이투스의 세 번째 사과로 교육업계 댓글알바 문제가 재차 불거졌으나, 이번엔 상호 비방과 자극적인 주장이 이어지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사교육정상화를 촉구하는 학부모모임'(사정모) 측은 이투스 대표나 임직원에 앞서 이투스의 스타강사 최진기씨와 설민석씨의 연루 의혹을 제기하면서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투스 측도 "2차례 집회 시 다수의 참석자들이 수당을 받고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며 맞고발에 나섰다.

교육업계가 이같이 여론전을 벌이는 동안 대중의 피로감은 높아지는 양상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사이트들 다 댓글 알바 있는데 새삼 왜 그러냐"식의 자조섞인 반응을 보이는 한편, "국정원 댓글 사건을 덮으려는 물타기 같다"며 음모설까지 제기하는 데 이르렀다.

댓글 알바 근절을 바라는 다수의 교육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소모전과 각종 음모설로 인해 사건의 본질이 흐려질까 우려한다. 다행히 경찰은 피고발된 최씨와 설씨 개인에 대한 수사 뿐만 아니라 이투스 댓글알바 사건 자체에 대한 수사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10년간 교육업계에 기생해온 댓글알바. 경찰이 사건의 실체를 드러내고 종지부를 찍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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