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자영업자 소비심리…소비 양극화 우려

머니투데이 권혜민 기자 | 2017.03.26 15:09

봉급생활자보다 전반적 경기 인식·전망 부정적…"수입은 줄고 부채는 늘 것…소비 줄인다"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시내의 한 점포가 점포정리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사진=뉴스1
봉급생활자들이 앞으로 소비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는 반면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소비지출이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들은 봉급생활자보다 현재 경기 인식이나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한국은행의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3월 소비지출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96을 기록, 봉급생활자(108)와 비교해 낮았다.

소비지출전망 CSI는 현재와 비교한 6개월 후의 소비지출 전망을 나타내는 지표다. 장기평균치(2003년 1월~2016년 12월)를 기준값 100으로 삼아, 이보다 작은 경우 부정적으로 응답한 가구 수가 긍정적으로 응답한 가구 수보다 많다는 의미다. 즉 앞으로 소비지출이 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자영업자가 더 많았다는 얘기다.

자영업자 소비지출전망 CSI는 지난해 9월 102를 기록한 뒤 3개월 연속 하락, 지난해 12월 94로 2014년 12월(94)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올해 들어 1월 96, 2월 95, 3월 96으로 소폭 올랐으나 여전히 100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자영업자 소비지출전망 CSI가 100 이상을 기록한 것은 1월과 9월 단 두 달 뿐이다.

반면 봉급생활자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 3월 95를 기록한 이후 8년 내내 100 이상을 유지해 왔다.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 소비지출전망 CSI 간 격차는 지난해 9월 7을 기록한 이후 확대돼 6개월 연속 10 이상을 유지했다. 2월에는 14까지 벌어져 2015년 12월 이후 약 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자영업자들은 현재경기와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봉급생활자에 비해 더 부정적이었다. 현재생활형편 CSI는 봉급생활자 93, 자영업자 81, 현재경기판단 CSI는 봉급생활자 60, 자영업자 53으로 각각 나타났다. 6개월 전 과거와 비교해 생활형편과 경기 수준에 대해 자영업자들이 더 비관적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6개월 후의 전망을 나타내는 생활형편전망 CSI는 각각 97, 93, 향후경기전망 CSI 79, 73으로 모든 지표에서 자영업자가 더 부정적인 결과를 냈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부채 부담이 예전보다 커졌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영업자의 현재가계부채 CSI는 110을 기록했다. 6개월 전보다 가계부채가 증가했다고 응답한 가구 수가 많았다는 뜻이다. 봉급생활자가 101을 기록해 지난달에 이어 지난해 4월(101)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크게 높았다.

가계부채전망 CSI는 자영업자 104, 봉급생활자 98로 자영업자는 앞으로 가계 부채가 늘어날 것이라는 답변이, 봉급생활자는 줄어들 것이라는 답변이 우세했다.

향후 가계수입에 대해서도 자영업자가 더 부정적이었다. 자영업자 가계수입전망 CSI는 93으로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봉급생활자는 101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내수 위축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봉급생활자에 비해 경기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는 자영업자들의 소비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고 지적한다. 수익성 악화에 최근 시장 금리 상승으로 대출 상환 부담이 늘어난 점도 영세 자영업자의 지출 여력을 크게 줄여 '소비의 양극화'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다.

3월 자영업자와 봉급생활자, 기타 소득자 모두를 포함, 지수들을 종합 산출한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2개월 연속 반등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소비 심리 회복과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자영업자 심리가 회복돼야 할 필요가 있는 만큼 보다 근본적인 자영업자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 하위 계층 소비가 더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자영업자와 봉급생활자 간 소비의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가 미시적 분석을 통해 자영업자 문제를 들여다보고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2. 2 남편·친모 눈 바늘로 찌르고 죽인 사이코패스…24년만 얼굴 공개
  3. 3 "예비신부, 이복 동생"…'먹튀 의혹' 유재환, 성희롱 폭로까지?
  4. 4 명동에 '음료 컵' 쓰레기가 수북이…"외국인들 사진 찍길래" 한 시민이 한 행동
  5. 5 동창에 2억 뜯은 20대, 피해자 모친 숨져…"최악" 판사도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