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 가계대출 부실관리 '빨간불'…질과 양 모두 악화

머니투데이 권혜민 기자 | 2017.03.24 06:00

[한은 금융안정점검]지난해 가계대출 34.4조 급증…LTV 초과 고부담대출 비중 은행의 두 배

대출거래약정서에 서명하고 있는 고객/사진=뉴스1
지난해 농협, 수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전년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은행권 대출규제가 시작되자 대출이 어려워진 취약차주들이 상호금융으로 몰린 '풍선효과'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상환 능력이 없는 취약 차주 대출이 늘어나며 상호금융 가계대출의 전반적인 질도 악화됐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가 60%를 초과하는 고부담대출 비율이 높고 대출 목적도 생계나 사업목적을 위한 것이 많아 향후 부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24일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이 금융통화위원회에 보고한 '상호금융 가계대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호금융 가계대출은 34조4000억원 늘었다. 이는 전년대비 13.5% 증가한 것으로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 9.6%보다 높은 규모다. 2015년 증가액 16조6000억원에 비해 증가액은 두 배 이상 늘었다.

은행의 대출규제가 강화되자 대출이 어려워진 담보대출 수요가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상호금융으로 쏠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갚도록 하는 내용의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실시한 바 있다.

게다가 저금리 상황에서 3000만원 한도로 이자소득세(14%)가 면제되는 상호금융에 예금이 몰리고, 상호금융은 이렇게 늘어난 예금을 가계대출로 적극 운용하면서 가계대출 규모가 폭증한 것으로 보인다.
상호금융 가계대출 증감 추이 및 담보대출 종류별 증감 추이/자료=한국은행
대출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율이 컸다. 지난해 주담대 가계대출은 14조1000억원(17%) 늘었다. 2015년 증가액 1조7000억원에 비해 급증한 것이다.

한은은 "은행 대출규제 강화로 일반주택 및 아파트 담보대출 모두 증가세가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토지, 상가, 오피스텔 등을 담보로 하는 비주택담보대출(비주담대)도 지난해 17조1000억원(12.5%) 늘어나면서 2015년 증가액 12조9000억원을 뛰어 넘었다.

한은은 "저금리 상황에서 상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투자가 늘고 부동산 경기 회복에 따른 건물 신축을 위한 토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높은 증가세가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상업용부동산에 대한 투자유인(상업용부동산의 투자수익률에서 신규 대출금리를 뺀 값)은 2015년 158bp(1bp=0.01%)에서 지난해 189bp로 상승했다.

임종룡 금유위원장이 지난해 11월1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금융권 가계부채 간담회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사진=뉴스1
증가액이 크게 늘어난 상호금융 가계대출은 은행 가계대출에 비해 질적으로도 취약한 구조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담대의 경우 LTV가 60%를 넘는 고부담대출 비중은 지난해 9월말 66.4%로 은행(35.9%, 지난해말 기준)의 두 배 수준으로 집계됐다.


앞서 2014년 7월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LTV 비율을 현 70% 수준까지 완화하기 직전 금융기관들이 LTV를 수도권 50~70%, 기타지역 60~70%로 적용했던 것에 비추어보면 LTV 60% 초과 대출은 고위험 대출로 간주할 수 있다.

비주담대의 경우 주담대보다도 구조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말 기준 신용등급 1~3등급의 저신용, 4~6등급의 중신용 차주 비율이 각각 10.6%, 48.4%로 주담대(8.9%, 27.2%)에 비해 높았다.

차입 목적에 있어서도 상호금융의 가계대출은 생계자금(27.4%)과 투자 및 사업자금(14.1%) 비중이 은행(16.6%, 4.6%)에 비해 크게 높았다. 은행의 가계대출 중 46.2%가 주택매매 및 임차 목적인 것과 달리 상호금융은 16.7%에 불과했다.

이는 상호금융 가계대출이 주로 영세 자영업자나 저소득층 가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풍선효과로 비은행권 가계대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13일부터 상호금융에도 대출 심사 강화와 원금 분할상환을 원칙으로 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했다. 하지만 생계유지를 위해 돈을 필요로 하는 취약계층을 제도권 금융에서 내모는 '2차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도 상호금융 가계대출의 높은 증가세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신호순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일반적으로 제2금융권, 비은행금융기관으로 가는 차주는 은행권에 비해 신용도나 소득수준에서 취약하다"며 "최근 금리상승 등에 따라 취약 차주 중심으로 상호금융 가계 채무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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