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인사시스템의 적폐청산

머니투데이 세종=조성훈 기자 | 2017.03.23 03:58
대선이 가까워 지면서 공무원들이 물밑에서 유력 정치권 인사들에게 줄을 댄다는 소문이 돈다.

경제부처 고위공직자들이 ‘긴급 현안보고’, ‘인사동향 보고’ 등 형식으로 책상서랍에 감춰 뒀던 정책 아이디어를 내밀고 눈도장을 찍으려 한다는 것이다. 당사자가 누구인지를 놓고 추측도 난무한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국, 과장들이 부처 고위직의 미션을 받아 야당 유력 인사들의 성향을 파악하느라 바쁘고, 입각이 유력한 교수들과 연줄을 만드는 시도도 한다고 한다. 다음 정부가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정권을 넘겨받는 만큼 공직자들이 이런 유혹에 더 취약하다는 것이다.

은밀한 만남이라 외부에서 파악하기도 힘들고, 대선정국이라고 해도 국회가 가동되고 있어 발의된 법안이나 현안이 있는 공무원들이 정치권 인사와 접촉하는 것을 마냥 색안경 끼고 볼 수도 없다.

문제는 이같은 줄대기가 사실이라고 한다면 공직자의 전문성, 리더십 등과 같은 역량이 아니라 지연, 학연을 우선시하는 악습이 되풀이되고 그로 인해 공직기강도 해치게 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철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것은 정권이 조직장악을 위해 관료들을 줄 세우기 해온 탓도 있다. 인사적폐를 없애겠다고 해 놓고선 지난 10년 동안 정권의 인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차기 정권에 줄을 댄 선배들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지켜봐 온 후배들이 같은 전철을 밟는 것은 당연지사다. 실제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특정지역 인사가 실력과 무관하게 주요 보직에서 배제된 경우가 적지 않다. 차관급 이상 정무직의 지역별 안배 비중에서 호남지역이 이명박 정부 시절 -7.58%로, 다시 박근혜 정부에서는 -10.84%로 줄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정치권 역시 줄대기를 조장하는 듯한 분위기가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 현재 장관과 생각이 같은 외교부 공무원을 전부 갈아치워야 한다”고 했다. “검찰은 새 정부가 들어오면 맞춰서 개편하려고 하는데 외교부에서도 (그렇게) 해줘야 된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전 정권에 ‘부역’(?)한 공직자에 보복하고 미리 새정부 친위대를 만들겠다는 엄포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그동안 개별부처 국과장의 인사까지 좌지우지했던 박근혜 정부의 인사시스템의 폐해와 실패는 굳이 언급하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경험했다.


현 정부가 망가뜨린 인사시스템을 되살리고 차기 정부에서 이같은 같은 잘못을 답습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이제부터라도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


근본적으로 청와대의 인사권 남용을 막고 개별 부처 장관들이 소신껏 인사권을 행사하도록 정부시스템을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대선주자들이 이를 국민에게 공약하고 실천하는 데서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조성훈 경제부 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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