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의 철학…'보수'의 길을 안내하다

머니투데이 한다빈 동네북서평단 공학박사 | 2017.03.25 05:05

[동네북] <33> 로저 스크러튼 '합리적 보수를 찾습니다'

편집자주 | 출판사가 공들여 만든 책이 회사로 옵니다. 급하게 읽고 소개하는 기자들의 서평만으로는 아쉬운 점이 적지 않습니다. 속도와 구성에 구애받지 않고, 더 자세히 읽고 소개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래서 모였습니다. 머니투데이 독자 서평단 ‘동네북’(Neighborhood Book). 가정주부부터 시인, 공학박사, 해외 거주 사업가까지. 직업과 거주의 경계를 두지 않고 머니투데이를 아끼는 16명의 독자께 출판사에서 온 책을 나눠 주고 함께 읽기 시작했습니다. 동네북 독자들이 쓰는 자유로운 형식의 서평 또는 독후감으로 또 다른 독자들을 만나려 합니다. 동네북 회원들의 글은 본지 온·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보수주의자는 드물지 않다. 그러나 지적 보수주의자는 드물다."

'합리적 보수를 찾습니다'의 저자 로저 스크러튼의 책 첫 마디다. 이 책은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EU) 탈퇴)가 있기 전에 쓰인 책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영국의 브렉시트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지적했다. 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시행한 '오바마케어'의 정책 관점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그 운명을 예견했다.

물론 그가 갖고 있는 보수적 시각에서의 관점이다. 로저 스크러튼은 영국의 보수 지식인을 대표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보수주의를 여러 가지로 정의한다. 이중에서 "보수주의는 긍정의 문화"라는 주장이 가장 와 닿는다.

우리나라의 지금 현실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대립이 심화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주의를 대변하는 지식인, 특히 '지적 보수주의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보수란 무엇일까'라는 의구심을 항상 갖고 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은 충분히 그 답을 준다. 아울러 보수에 대한 생각을 읽고자하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보수주의는 애착의 철학"이라고 말한다. 또 "자유를 지키고 앞선 세대에게서 물려받은 것을 후세에 물려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는 현실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보수주의 관점에서 비판한다. 국가와 종교, 경제, 외교, 환경, 교육 등 우리의 삶을 둘러싼 대부분의 분야에 적용되는 보수주의의 기본 생각을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특히 평등을 내세운 교육이 진정한 교육 목표를 강탈하여 교육적 퇴락을 가져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끊임없이 미래의 예산을 당겨쓰는 복지국가의 치명적 붕괴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한다.


정치적 문제에 대한 그의 비판은 무척 예리하다. 미국, 영국, EU국가들의 이민을 둘러싼 비판이 그것이다. 그는 이러한 문제가 심각한 국가적 정체성과 이념 대립의 문제로 부각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수에 의해 결정되는 힘에 대한 위험성에 대한 경고도 눈에 띈다. 그는 “다수보다 더 중요한 누군가는 다수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이다. 우리는 그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며 "그는 군중이 듣기 싫어하는 질문, 정당성을 따지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다. 반론이 보호되어야 이성이 국정의 영역에 들어설 수 있는 문이 열린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은 '힘의 독재'가 아닌 '타협의 논리'를 제공한다.

이 책에서 ‘우리’와 ‘국가’ 그리고 ‘국민’이라는 명제에 대한 설명은 한 번쯤 꼭 살펴봐야 한다. ‘국가’라는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우리’라는 것이 전제된다는 내용이다.

로저 스크러튼은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을 물려준 과거의 사람들과 우리 사이에는 책무의 연결선이 있다"며 단순한 비용 편익 계산이 아닌 물려받은 편익을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통해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다. 이는 그가 갖고 있는 보수주의에 대한 기본 생각이자 인류 공동체가 지녀야 할 근본 철학이기도 하다.

“훌륭한 유산은 쉽사리 파괴되지만 쉽사리 창조되지 않는다”는 그의 원칙과 신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 합리적 보수를 찾습니다 = 로저 스크러튼 지음. 박수철 옮김. 더퀘스트 펴냄. 320쪽/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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