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김밥, 최순실의 김밥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 2017.03.22 06:30

검찰서 점심 '김밥', 검소·서민정치 강조 朴의 단골메뉴…'최순실 청와대 김밥'에 발목

2012년 새누리당 지원유세에서 상인이 권한 김밥을 먹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21일 검찰에 소환되는 박 전 대통령.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날 오전 2시간 30분가량 조사를 받은 뒤 박 전 대통령이 먹은 점심은 김밥 도시락. 박 전 대통령은 밤 늦게까지 진행될 조사를 대비해 요리사가 만든 도시락을 직접 싸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점심으로 김밥, 유부초밥, 샌드위치가 들어가 있는 도시락을 먹었다"고 말했다.

앞서 1995년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노태우 전 대통령(일식도시락, 죽), 2009년 소환된 노무현 전 대통령(특곰탕)과 다른 메뉴다. 최순실씨의 경우 지난해 10월 검찰 출석 당시 저녁으로 곰탕을 먹었다.

김밥은 박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부터 검소한 이미지, 서민 정치를 강조하기 위해 중요한 순간마다 종종 활용했던 단골 메뉴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의 '김밥'도 그간 행보와 닮았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 이후 그의 '김밥'을 보는 국민의 시선은 전과는 다르다.

◇서민의 상징 '김밥' '도시락'…朴 선거철 단골 메뉴

박 전 대통령은 선거철이면 김밥으로 '때우며' 바쁜 정치활동에 전념한다는 점을 적극 알리는가 하면 지지자, 상인 등 일반 국민들과 김밥 회동을 통해 소탈하고 검소한 이미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2012년 4.11총선을 앞두고 시장 상인들과 분식점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사진=뉴시스

2004년 4.15 총선을 앞두고 일부 신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현 국민의당 의원), 추미애 민주당 선대위원장(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이 유세버스 속에서 도시락을 먹는 사진이 나란히 실렸다. 박 전 대통령은 악수로 부르튼 손에 붕대를 감고 집에서 싸온 김밥 도시락을 먹는 모습이 포착됐다. 다른 두 사람의 도시락은 배달해 온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었다. 경기 불황 속에 도시락 싸는 직장인들이 늘고 가정에서 외식비부터 줄인다는 얘기가 돌던 터였다.

2004년 6.5 재보궐선거 마지막 날 한나라당 대표로 제주도 지원 유세에 나섰던 박 전 대통령은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선거운동을 한다는 점을 적극 부각시켰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은 민생안정에 노력해야 할 때 보수·진보하며 국민들 편 가르기에 열중한다"며 "이렇게 가다가는 국민통합과 경제 살리기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함께 제주 지원 유세에 나선 전여옥 대변인도 "한나라당은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선거운동을 할 때 청와대는 국민 혈세로 상어지느러미 스프 등 7가지 코스 음식을 먹으며 흥청망청 놀고 있다"고 비판했다.

◇朴 피습 '김밥 3조각'…안타까움·강인함 부각

2006년 5.31 지방선거 지원유세 당시 박 전 대통령 피습 사건 때는 '김밥 3조각'이 등장한다. 박 전 대통령은 피습으로 오른쪽 귀 옆부터 입 옆까지 곡선형으로 11㎝가량 꿰매야했다. 60바늘을 꿰매야 하는 큰 수술임에도 국소마취로 진행한 것에 대해 한나라당측은 "밥 먹을 시간 없어 사건 당일 김밥 3조각 먹은 게 전부인데 위장이 비워 있는 게 아니어서 국소마취로 수술을 받았다"며 "아픈 통증에는 천하장사도 없는데 박 대표는 끝까지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수술을 마쳤다"고 말했다.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서울 응암동 대림시장을 찾아 은평구갑에 출마한 최홍재 후보 지지를 호소하던 중 한 시장 상인이 권유한 김밥을 먹고 있다./사진=뉴시스

2006년 9월 박 전 대통령은 어머니 고 육영수 여사 유품을 불우이웃돕기 경매에 내놓으면서 김밥과 유부초밥 도시락을 손수 준비해 오기도 했다. 도시락을 자신의 홈페이지(미니홈피) 방문자와 함께하며 담소를 나눴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던 2012년에는 4.11총선을 앞두고 재래시장 등을 방문하며 시장 안 분식점에서 상인들과 김밥으로 점심을 함께하는 모습이 연일 사진기사로 보도됐다.

◇최순실에 싸준 '청와대 김밥'…국정농단 단면 '부메랑'

대통령 취임 후에도 박 전 대통령은 물가, 서민경제와 관련 '김밥, 김밥가격' 등을 적극 활용했다. 지난해 6월에는 '문화관광산업 경쟁력강화 회의'에서 친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광객 없을 땐 관광객 안오냐고 아우성 치다가 많이 오면 불친절해지고 김밥 한줄에 만원씩 받으면 관광객들 쫓아내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날 최순실씨가 서울중앙지법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br>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 김밥은 비선실세 국정농단의 단면을 보여준 사례로 꼽히며 박 전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

최순실이 '보안손님'으로 청와대를 제집 드나들 듯 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에 청와대 전직 조리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 분(최순실) 오신다'고 하면 조리장도 세 명이 대기했다. (최씨는) 일본식 스키야키(전골요리)를 즐겼고 집에 갈 때쯤 꼭 김밥을 달라고 했다"며 "처음엔 몇 번 밖에서 사다줬는데 질린다고 직접 싸라고 해 직접 2~3줄 씩 싸줬다"고 말했다.

'최순실 김밥' 논란이 불거지자 누리꾼들은 "청와대는 최순실에게 김밥 싸주는 식당", "청와대가 김밥천국이냐"라며 질타했다.

야당은 "최순실이 제집 드나들 듯 편하게 청와대를 출입하고, 비서관들을 부리고, 청와대 조리장들의 요리를 즐길 수 있었던 것은, 더구나 매번 버젓이 김밥 포장을 시켰다는 것은 대통령이 헌법과 국민주권을 얼마나 무시하고 팽개쳤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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