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임금인상 타결 없이도 오르는 '신비한' 은행원 연봉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17.03.22 04:53
지난해 주요 은행 임직원들의 연봉이 알려지면서 억대 연봉을 받는 은행원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연봉 수준보다 더 놀라운 건 임금 인상이 없음에도 주요 은행 연봉이 올랐다는 점이다.

지난해 IBK기업은행 임직원의 평균 보수는 7250만원으로 전년도 6900만원에서 350만원 늘었다. 전년대비 증가율은 5.1%로 주요 국내은행 중 가장 높다. 한국씨티은행은 3.2% 오르면서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국내 은행 ‘연봉 킹’ 자리를 이어갔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1.8% 연봉이 올랐고 KB국민은행도 1.6% 상승했다. 연봉이 줄어든 곳은 KEB하나은행, SC제일은행, NH농협은행 등 일부에 불과하다.

국내 주요 은행 노사는 아직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두고 노사가 갈등을 겪으면서 2016년 임금 인상률을 결정하지 못했다. 대부분 은행의 지난해 연봉에는 2016년 임단협 결과가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그럼에도 대부분 은행의 임직원 연봉이 오른 것은 ‘호봉제’의 마법 때문이다. 호봉제에서는 임금을 동결해도 호봉 승급으로 연봉이 상승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호봉 승급에 따른 임금 인상 효과가 1.3%포인트라고 추정했다. 기업은행 연봉 상승률이 다른 은행보다 높은 것은 주요 은행 중 임단협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공기업인 기업은행은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하면 인건비로 할당된 예산이 불용 처리된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공기업 노사는 지난해말 모두 임단협을 타결했다.

지난해말 민간은행들은 이사회 의결을 통해 올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했다. 은행 수익성은 매년 악화되고 있는 반면 인건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경영효율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성과에 상관없이 오래 다니면 연봉이 오르는 ‘호봉제’를 고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감도 커졌다.


하지만 주요은행 노사는 성과연봉제 도입 관련해 제대로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사측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 이후 누가 먼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자고 나서지 못하고 있다. 노측 역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해 주요 은행 노조 집행부가 바뀌면서 논의에 나서기 어려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대통령선거 국면에 접어든 것도 성과연봉제 논의가 사라진 이유다. 정부 역시 민간은행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유도할 동력이 떨어진 상태다. 게다가 주요 대선 후보들은 성과연봉제 폐지를 약속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성과연봉제는 은행이 포기해서는 안되는 과제다. 특히 올해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은행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성과주의 문화 정착을 위해 전직원 성과연봉제를 운영하고 있다.

성과에 연동하지 않은 경직된 보수체계를 가지고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각 은행들은 3월까지 은행연합회가 지난해 7월 내놓은 ‘민간은행 성과연봉제 도입 가이드라인’을 자행에 맞춰 도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라도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논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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