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시즌 앞두고 책임투자팀장 교체한 국민연금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김도윤 기자 | 2017.03.22 11:48

연간 3000건 이상 의결권 부실 행사 우려…"찬성·반대 이유 불명확" 지적도

수 년 동안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를 총괄해 온 책임투자팀장이 올해 주총시즌을 앞두고 해외사무소로 발령 나 의결권행사 결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간 3000건 이상의 의결권을 결정해야 하는 국민연금이 책임투자를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21일 국민연금 등에 따르면 정모 책임투자팀장이 1일자로 런던사무소로 발령 났다. 정 팀장은 책임투자와 의결권행사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2014년부터 책임투자팀장을 맡아 국민연금 의결권과 관련한 업무를 총괄했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건수는 2014년 2775건, 2015년 2836건, 2016년 3035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의결권 행사 건수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연간 의결권 행사의 약 80%는 정기주총이 집중된 3월 한 달에 이뤄진다. 통상 주총 개최 2~3주 전에 이사회 안건이 공개되기 때문에 10여 명의 책임투자팀 인력들이 이 기간 동안 안건을 검토하고, 투자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린다.

이 때문에 책임투자팀 업무가 집중되기 직전에 책임자를 바꾼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삼성물산 의결권 행사 관련 의혹이 해결되지 않아 올해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제대로 의결권을 행사하는지에 대한 관심도 커진 상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섀도보팅(중립투표) 폐지를 앞두고 있어 국민연금이 어떻게 의결권을 행사하는지가 기업 경영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국민연금이 투자기업의 주총 안건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정 팀장은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관련 의결권 행사 당시도 책임투자팀장을 맡았다. 홍완선 전 기금운용봉부장이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만날 때 동행했고,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투자위원회에 배석해 관련 내용을 설명하기도 했다. 아직 삼성물산 의결권과 관련한 의혹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무책임자가 해외사무소로 발령 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기금운용본부 측은 "런던사무소장이 상당기간 비어있어 더 이상 발령을 미룰 수 없었다"며 "정 팀장은 지난해 하반기 런던사무소장 임명이 예정됐지만 일정이 미뤄져 최근에서야 임명이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 의결권 10건중 1건은 반대, 근거는 불명확 =국민연금은 지난해 총 796회 주주총회에 참석, 3035건의 상정안에 대하여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중 찬성은 2715건(89.46%), 반대는 306건(10.08%)이다. 중립·기권은 14건으로 비중은 0.46%다.

최근 3년 국민연금의 상정안건 반대 비율을 보면 2015년 10.12%, 2014년 9.05% 등으로 대략 10% 내외다. 하지만 의결권이 어떤 근거로 행사됐는지는 알기 어려운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 이후 14일 안에 의결권 행사 내용을 공시한다. 반대를 했을 경우에는 간단하게 이유를 밝히지만, 논란이 있는 안건이라도 찬성을 하게 되면 근거를 아예 밝히지 않는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국민연금이 선관자의 의무를 다하는 차원에서라도 반대는 물론 찬성 의결권 행사의 근거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건표결이 끝나면 14일 동안이나 의결권 내역을 밝히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다른 투자자들의 혼란을 줄이는 차원에서라도 표결 직후 의결권 행사 내용을 알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24일에는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총 924개 기업이 주총을 연다. 이는 12월 결산 상장법인의 44.6%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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