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10년 쌓은 관시(关系)…반년째 '올스톱'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2017.03.21 05:01

보아오포럼行 기대했더니 주말 소환돼 밤샘조사…지난해 12월 출국금지로 4개월째 발묶여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06년 중국에 제2의 SK를 세우겠다며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 전략을 세운 뒤 가장 공들인 부분은 '관시(关系: 인맥)'였다. 중국 문화 특성상 사업 이전에 시간과 인내를 가지고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최대 석유기업인 시노펙(Sinopec)과 합작 논의를 시작한 것은 2006년이었지만 성사된 것은 2012년으로 장장 6년이 걸렸다. 최 회장은 한 해 여섯 차례 이상 중국을 방문해 관계자들을 만났다. SK종합화학과 시노펙의 합작 기업인 '중한석화'는 연간 250만톤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며 매년 4000억원 가량의 수익을 내고 있다. 중국이 아시아 기업과 합작 기업을 만든 것은 SK가 첫 사례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출국 금지가 4개월째로 접어들며 당장 사업 추진은 물론 장시간 쌓은 글로벌 네트워크까지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제 보복이 커지는 상황에서 매년 참석하던 보아오포럼도 참석하기 어려워 최 회장이 10년간 공들인 중국과의 네트워크도 힘을 못 쓰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출국금지를 해제해주기를 내심 기다리던 SK그룹의 내부 분위기는 최 회장이 지난 18일 검찰에 소환되자 초긴장 모드로 반전된 상황이다.

20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2015년 8월부터 중국을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지난해 9월까지 1년 동안 중국·스페인·이란 등 총 14개국을 방문했다. 그동안 각국에서 총 41명의 정·재계 인사를 만나 네트워크를 쌓았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이동한 거리만 따져보니 7만6000km 가량으로 지구 두 바퀴를 돈 정도"라고 설명했다.

해당 기간 동안 최 회장은 사업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인사들도 만났다. 에너지·IT 관련 기업의 최고 경영진이 31명이며 사업과 크게 관련이 없는 관계 인사가 10명으로 전체의 25% 가량 차지하고 있다. 이는 최 회장이 "긴밀한 신뢰·협력을 바탕으로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성공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공을 들인 것은 중국으로 1년간 7번 방문해 리커창 총리, 후베이·산시·장쑤성의 성장, 우한·충칭시의 당서기, 지난해 9월 시노펙의 왕위푸 동사장 등 정·재계 최고위 인사 17명을 만났다.

SK그룹 관계자는 "중국은 관시 문화 때문에 관계가 하루 이틀이 아니라 수없이 가서 만나고 교감해야 한다"며 "폭스콘 충칭 스마트공장 사업 등 SK가 중국에서 하는 수많은 사업들이 기나긴 과정을 거쳐 이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열린 다보스포럼이나 오는 23일 개최 예정인 중국 보아오포럼도 당장 사업 성과를 위한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설명이다. 단순 사업 파트너를 넘어 아시아의 동반 성장과 현안 등을 고민하면서 보다 돈독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최 회장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보아오포럼 이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1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요청으로 출국 금지된 이후 4개월째 발이 묶인 상태다.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과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국제 이슈, 도시바와 상하이세코 인수 등 현안이 수두룩한 상황이지만 국내에 머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지난해 9월 마지막으로 방문한 뒤 반년째 찾지 못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조사를 마쳤으니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검찰이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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