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유영하 변호사와 정장현 변호사는 오전 9시30분쯤부터 오후 3시30분쯤까지 약 6시간 동안 서울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사저에 머물렀다. 변호사들은 올 때는 10분 간격을 두고 따로 왔지만 갈 때는 같은 승용차를 타고 떠났다. 2명 모두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밤 청와대에서 사저로 돌아온 후 변호사 2명이 동시에 모이는 건 처음이다. 유 변호사는 홀로 15일과 17일, 18일 3차례에 걸쳐 사저를 찾았다.
변호사들의 방문에 앞서 오전 7시30분쯤에는 평소처럼 정송주·정매주 미용사 자매가 사저를 방문했다가 1시간가량 머무르다 돌아갔다.
사저가 바쁘게 돌아가면서 주변에선 긴장감이 고조됐다. 낮 1시쯤 지지자 모임 '박근혜 지킴이 결사대'의 일부 회원은 담벼락을 향해 절을 하거나 108배 불공을 드렸다. 충북 청주시에서 왔다는 조모씨(70)는 박정희정권 때 만들어진 국민교육헌장을 큰소리로 읊고 나서 만세를 했다.
자신을 작가로 소개한 정모씨는 오후 2시30분쯤 사저 앞에서 "내일 검찰 소환조사를 무기한 연기하라"며 "이번 탄핵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오후 2시쯤에는 일부 지지자가 한 방송사의 촬영장비 주변으로 몰려가 욕설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의) 용변 보는 모습까지 찍으려 하느냐"며 "사생활을 존중하라"고 소리쳤다. 간간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전해달라며 꽃바구니와 편지 등을 경호 관계자들에게 건네기도 했다.
사저에서 200m가량 떨어진 삼성2동주민센터 앞에서는 오전 10시쯤 엄마부대 봉사단 등 친박(친박근혜) 성향 단체 회원 수십명이 집회를 열고 탄핵무효를 요구했다. 오후 4시30분쯤에는 근처 음식점 앞에서 한 남성이 알몸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경찰은 바로 남성을 연행했다.
동네가 시끄러워지자 이웃 주민들은 단단히 화난 표정이었다. 이날 오전 10시쯤 사저 앞에서 주변 초등학교 녹색어머니회 소속 학부모 70여명이 "어린이 보호구역 밖에서 집회를 하라"며 행진했다.
학부모들은 '여기는 어린이 보호구역' '아이들의 안전이 우선입니다' '학교 다니기가 무서워요' 등 내용의 피켓을 들었다. 김혜진 녹색어머니회장은 "사저 앞에서 벌어지는 지지자들의 집회 때문에 아이들의 안전이 걱정된다"며 "국민 누구나 집회의 자유가 있지만 학교 근처에서 하는 건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집회 참가자들이 아이들에게 태극기 배지를 나눠주며 주장을 알리는 데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행진을 지켜본 일부 지지자는 "촛불당에서 나왔느냐" "당신들이 외부인인지 조사해야 한다" "나라를 망치려 하느냐"고 주장하며 언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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