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같은 해 한보·삼미·진로·삼립식품·기아차 등 굴지의 기업들이 잇따라 쓰러졌다. 이들 기업의 하청업체와 납품업체까지 합하면 하루에 50여곳이 문을 닫았다. 탄탄대로인 여느 오너 2세의 경영권 승계와는 상황이 달랐다. 그룹 구조조정 작업은 물론 바닥으로 떨어진 시장점유율 대책 마련이 서 사장의 CEO(최고경영자)업무 노트 첫 장을 채웠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사진·54)이 CEO로 취임한 지 20년만에 회사의 실적은 물론 해외사업, 주식가치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업인 화장품 사업에만 집중한 뚝심과 탁월한 브랜딩·마케팅 감각이 더해져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에서도 인정받는 뷰티기업으로 자리잡았다.
2001년 국내 화장품 기업 최초로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한 이후 2009년 2조2910억원, 2011년 3조585억원, 2014년 4조7119억원, 2015년 5조6112억원 등으로 몸집을 불렸다. 특히 2014년부터는 매년 1조원 이상 매출이 증가하는 진기록 행진을 하고 있다. 영업이익도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1조원을 넘었다. 연간 수십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대형 유통기업이나 건설·통신사도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년전 100억원을 밑돌던 해외시장 매출은 1조7000억원 가까이 성장했다.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매출 비중이 1997년엔 전체의 1% 안팎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5%까지 늘었다. 중국에서만 1조원 넘는 매출을 달성했다.
프랑스와 미국, 일본, 대만 등 4개였던 해외법인은 14개국, 19개로 증가했다. 서 회장이 CEO로 취임한 직후부터 해외시장 진출 준비를 시작해 5년만인 2002년부터 본격 속도가 났다. 국내 기준 임직원수는 약 3400명에서 6500명(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퍼시픽 법인 합산)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내와 해외 사업장의 사무·생산·판매 등을 아우르는 총 임직원수는 2만명을 넘어섰다.
'K뷰티' 대표기업으로 가능성이 반영돼 주식가치도 크게 올랐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26조원(아모레퍼시픽그룹 10조원, 아모레퍼시픽 16조원)으로 7위권이다. 1997년 3월에는 1700억원대로 120위였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성장 배경으로는 서 회장이 공들여온 설화수·이니스프리·라네즈 등 브랜드 중심으로 시스템 전환, 한류 열기 확산, 과감한 R&D 투자, 해외사업 현지화 전략 등을 꼽을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2020년까지 실적 목표는 총 매출 12조원, 해외매출 비중 50% 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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