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8시 명품숍이 즐비한 쇼핑몰 스타필드 하남 2층에 취재진과 카메라가 속속 모여들었다. 국내 1호 테슬라 전시장 오픈을 앞두고서다.
오전 10시 공식적으로 문을 열지만 '애플 아이폰' 신상품 출시 때처럼 밤을 세워 목놓아 기다리는 충성도 높은 마니아들의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대신에 눈에 띄는 이들이 있었다. 매장 앞에 검은 양복 차림의 경호 직원들이 여러명 배치된 것.
만일의 사태에 대비키 위해서 일 수 있지만 기우였다. "테슬라는 혁신 기업의 상징이라는 이미지가 있어 어울리지 않았다", "위압적이고 경직됐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의미 있는 날이고 취재 열기도 높았지만 공식 언론 설명회도 없었다. 미국에 거주중인 테슬라코리아 유한회사 등기상 공동 대표들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시 공간은 오픈 전까지 유리문으로 닫혀 철저히 취재 통제가 이뤄졌다.
오전 9시쯤 스타필드 하남을 총괄하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0여분간 현장을 깜짝 방문해 주목받았다. 그때도 니콜라스 빌리저 테슬라 아태 부사장은 한국 취재진과의 소통은 없었고 'VIP'와의 대화에만 여념이 없었다.
오전 10시가 돼 문이 활짝 열렸지만, 평일 오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은 썩 높지 않았다. 고객 대기 라인을 만들었지만 10여명 가량만 줄을 섰다. 전시장 안은 취재진들이 대부분이었다.
5~6명의 티셔츠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두대의 차량과 한대의 더미 앞에서 정형화된 제품 소개를 했지만, 별도의 추가 질문을 하면 "홍보담당자에게 알아보라"고 서로 떠밀었다.
슈퍼카에 맞먹는 가격으로 일반 소비자에겐 '언감생심'이지만 국내에서 보조금도 적용받지 못한다. 한국 소비자는 해외에 비해 많게는 수천만원 더 주고 사야하는 셈이다.
모델S 90D는 국내 인증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가 378km로 비슷한 시기에 출시되는 1억원 낮은 2000만원대(보조금 적용시) 한국GM 볼트EV의 383km 보다도 짧다.
결국 미국 할리우드에서처럼 친환경·진보적인 이미지를 추구하는 유명인이나 기업인들로 한정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사실 테슬라는 대중 브랜드가 아니라서 실질적 영향은 '찻잔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며 "보급형 '모델3'가 나오기 전까진 상징적인 의미 정도 일 것"이라고 평했다.
일각에선 국내 법인 설립 1년 4개월 간 한국 시장과의 소통 및 현지 이해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한다.
한때 테슬라코리아 홈페이지 지도상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했다가 수정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대외 홍보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 이달 열리는 한국의 대표 자동차 행사인 '제주 국제전기차엑스포'나 '서울모터쇼'에도 테슬라는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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