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vs 네덜란드 급작스런 갈등…유럽 극우세력 더 커지나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 2017.03.13 10:19
11일(현지시간) 로테르담의 터키 영사관 밖에서 네덜란드의 터키 교민들이 외교장관의 입국금지 조치에 항의하는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입국금지 조치를 '나치 잔재'라고 비난했다. &copy; AFP=뉴스1 <저작권자 &copy;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급작스럽게 불거진 터키와 네덜란드의 갈등이 이번주 열리는 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 성향을 부추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터키는 종교(이슬람), 인권, 이민자 문제 등으로 EU와 불편한 관계를 지속해왔다.

◇터키 장관, 해외서 정치 유세하려다 네덜란드 입국 거부 당해=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11일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이 탑승한 비행기의 네덜란드 착륙 승인을 철회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내달 대통령중심제로 전환하기 위한 터키 개헌 국민투표를 앞두고 해외 터키계 정치집회를 찾아 유세를 하고 있었다. 네덜란드 정부는 공공질서를 이유로 자국내 터키 정치 집회를 막겠다고 예고했지만 터키 장관이 이를 강행하자 입국거부로 강수를 뒀다.

차우쇼을루 장관이 입국에 실패하자 파트마 베툴 사얀 카야 터키 가족사회정책부 장관이 대신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네덜란드로 들어왔다. 카야 장관은 입국금지를 우려해 독일에서 네덜란드로 자동차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네덜란드 정부가 터키계 이민자들이 항의 시위를 벌일 것에 대비해 터키 영사관이 있는 로테르담의 거리를 이미 봉쇄해, 카야 장관은 터키 영사관 출입이 저지됐다. 이후 네덜란드는 카야 장관을 독일 국경선까지 경찰차로 호송해 출국토록 했다. 그러나 결국 터키 영사관 앞에서는 소요 사태가 일어났고, 네덜란드 로테르담 경찰은 시위자 12명을 체포했다.

이에 터키 정부도 대사관 봉쇄로 맞섰다. 터키 외무부는 앙카라 주재 네덜란드 대사관과 이스탄불 주재 영사관의 출입을 안보상의 이유로 금지했다. 다만 현재 터키 주재 네덜란드 대사는 국외로 자리를 비운 상태다. 터키 정부는 네덜란드를 "파시스트이자 나치스"라고 비난하며 "네덜란드가 사과하지 않는 이상 당분간 (네덜란드 대사가) 돌아오는 것을 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 장관들이 잇따라 국외 정치 선동에 나선 것은 대통령중심제 개헌 여론조사가 50대 50으로 박빙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재외국민 표를 모아 선거에서 이기겠다는 심산이다. 이번 개헌은 타이이프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기 위한 것이다. 개헌안이 통과되면 대통령 임기는 현재 2019년 11월에서 2029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터키 개헌 국민 투표는 다음달 16일에 개최된다.


◇유럽 선거에서 극우 세력 자극할까=이번 정치 갈등은 터키 등 이민자 세력에 반감을 갖고 있는 유럽 내 극우 세력을 더욱 자극할 것으로 우려된다. 네덜란드 총선은 당장 이번주(15일)다. 네덜란드 총선은 4~5월 프랑스 대통령 선거, 9월 독일 총선에 앞서 민심을 읽는 가늠자로 해석되고 있다.

현재 네덜란드 총선 여론조사에서는 이민자 유입 반대, EU 탈퇴를 주장하는 자유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기에르트 빌데르스 자유당 대표는 트위터에서 카야 장관에게 "돌아가서 절대 오지 말라. 네덜란드에 있는 당신의 모든 터키 팬들도 함께 데려가달라"고 밝혔다. 극우성향의 프랑스 대선주자인 국민전선(NF)의 마린 르펜도 즉각 터키를 비판하며 프랑스에서 터키 정치 유세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호주, 스위스, 독일도 최근 자국내 터키 집회를 취소시킨 바 있다.

그러나 유럽이 이민자 문제와 관련해서는 터키에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EU국들은 지난해 터키와 체결한 난민송환협정에 기대 자국으로 유입되는 난민 수를 조절하고 있다. 난민송환협정은 그리스에 도착하는 난민을 터키로 돌려보내고, 터키는 이에 따른 지원금을 받는 것이 골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네덜란드가 장관들을 추방한 것을 비판하며 "이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의 갈등이 격화되자 토르비에른 야글란 유럽평의회 사무총장은 "이러한 상황은 외교와 민주주의에 해가 되고 있다"며 "우리는 이 상황이 더 심각해지는 것을 놔둘 수 없다"고 밝혔다. 유럽평의회는 터키, EU를 포함해 47개국이 모여 사회 경제적 발전을 도모하는 유럽의 국제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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