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이 권한대행은 오전 7시50분쯤 헌재에 도착했다. 검정 에쿠스 차량에서 내린 이 권한대행은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수수한 정장 차림의 모습이었지만 뒷머리에는 헤어롤 2개가 붙어있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중요한 날임에도 불구하고 머리 손질에 크게 신경쓰지 않은 데다 탄핵심판에 대해 많은 고심과 집중, 긴장을 해 헤어롤을 한 것조차 잊은 것으로 보였기에 긍정적인 평가들이 나왔다. 그만큼 '열심히 일한 증거'라는 것.
헤어롤은 미용실에 가지 않고도 짧은 시간 혼자서 손쉽게 머리를 손질할 수 있는 방법이다. 누리꾼들은 "이것이 진정 일하는 여성의 모습"이라고 평가했고, 여성들은 자신의 경험에 빗대며 "나도 저런 적 있는데… 어떤 상황인지 충분히 알겠다"며 공감했다.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퇴임한 1월 31일 이후 권한대행을 맡은 이정미 재판관은 총 20차례 변론 동안 절차적 공정성을 강조하면서도 칼 같은 빠른 진행을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도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차분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박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 대한 선고 주문을 읽어내려갔다.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 미용사를 불러 1시간30분 넘게 머리손질을 하느라 '골든타임'을 허비해 사고 대응을 지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지시를 내린 뒤였고 소요된 시간도 20여분이었다고 해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정치권에 입문하며 지지자들에게 모친 고 육영수 여사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자 육 여사를 떠올리게 하는 머리모양을 연출해왔다. 여러개의 실핀을 사용해 흐트러짐없이 고정시켜야 하는 올림머리는 혼자 손질하기도 어렵고 손질하는 데 장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미용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하나의 머리모양을 고수하는 것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국 정치 지도자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 이미지 메이킹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긴급한 상황에서 머리손질에 의미를 두는 것은 정치인이 기본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직무에 집중하다가 머리 손질을 잊는 것이 진짜 공직자의 모습이라는 것. 박 전 대통령은 일명 '육영수 여사 머리'로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누려왔으나 이제는 그 이미지가 불명예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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