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한중 관계 녹이길"…'한한령'속 중국 미술전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 2017.03.11 10:56

더페이지갤러리, 중국 추상미술그룹전 'Absoluteness'…펑펑 북경대 교수 "문화교류가 해결책 중 하나일 것"

서울 성동구 더페이지갤러리는 지난 9일부터 5월 14일까지 중국 추상미술 그룹전 'Absoluteness'를 개최한다. /사진제공=더페이지갤러리

"예술로 양국의 (정치·외교적) 상황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작은 전시지만 문화교류를 통해 얼어붙은 관계를 녹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더페이지갤러리와 함께 중국 추상미술 그룹전 'Absoluteness (극)'을 기획한 펑펑(Feng Peng) 중국 북경대 교수는 10일 최근 사드 배치 논란으로 경색된 양국 관계를 언급하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2011년 제54회 베니스 비엔날레 중국관 전시 큐레이팅을 맡는 등 중국 안팎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예술평론가 겸 전시 기획자다.

펑펑 교수는 당초 이날 서울 성동구 페이지갤러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중국 정부의 제재로 입국하지 못해 화상채팅으로 대신해야 했다.

갤러리 측은 "최근 (사드 배치) 논란으로 갑자기 (펑펑 교수의) 입국이 취소됐다"고 전했다. 다만 전시는 오래 전 기획돼 예정대로 개막했다는 설명이다. 갤러리 관계자는 "2014년부터 3년 터울로 중국 미술 작가 전을 마련해왔다. 1~2년 전부터 기획한 전시다 보니 갑자기 취소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더페이지갤러리와 함께 중국 추상미술전을 기획한 펑펑 북경대 교수. 그는 최근 사드 논란이 확산되며 방한이 취소돼 화상채팅으로 대신 이야기를 전했다. /사진제공=더페이지갤러리

펑펑 교수는 "양국의 사이가 지금은 안 좋지만 서로 버릴 수는 없는 관계다. 시간이 필요하지만 (결국) 잘 해결될 거라고 믿는다"며 "문화 교류가 해결의 물꼬를 트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한국 작가의 중국 전시도 늘어났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현대 중국 추상미술계를 이끄는 작가 7명의 작품 40여점을 선보인다. 1950년대생 마슈칭(Ma Shuqing)부터 1980년대생 리아오 지엔화(Liao Jianhua), 츠췬(Chi Qun)까지 다양하게 구성했다.

바람과 비, 따스한 햇볕 등 자연을 담은 작품을 그린 천단양(Chen Danyang), 십자형 패턴을 정교하게 구성한 작품을 선보이는 딩이(Ding Yi), 인간 정신의 초월적인 경지를 담은 '허'(虛)의 세계를 표현한 샤오이농(Shao Yinong), 민감한 감수성으로 색의 차이를 세밀하게 표현한 장 쉬에루이(Zhang Xuerui)의 작품도 만난다.

칸딘스키, 말레비치, 몬드리안 등으로부터 시작된 서양 추상미술과 달리 중국의 추상미술은 노자, 장자 등 전통적인 철학사상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 특징. 전시 제목 '극'은 중국의 추상미술이 모든 물질의 본질에서 시작해 '극'에 도달하는 경지를 보여준다는 의미다.

이번 전시는 꾸준히 성장하는 중국 미술시장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조사한 '2016 미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미술시장 규모는 2007년 7조원에서 2016년 15조원으로 10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했다.

펑펑 교수는 "서양 추상미술이 '공간의 비움'을 추구한다면 중국은 '시간의 비움'을 추구한다"며 "중국의 전통과 사회, 문화를 담아 자신만의 길을 구축해 가는 작가 7명을 선정했다.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한국의 애호가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5월 14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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