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前 대통령' 되기까지 걸린 21분…모두가 숨죽였다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김종훈 기자 | 2017.03.10 13:00

[朴 대통령 파면] 재판관 8대 0 만장일치 의견… 끝내 나오지 않은 박근혜 전 대통령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이 열리고 있다./ 사진=뉴스1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한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정 사상 최초로 이뤄진 현직 대통령에 대한 파면 선고는, 헌법재판관 8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내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순간부로 '전 대통령'이 됐다.

헌재는 이 선고문을 읽기 위해 21분을 사용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 권한대행은 결정 요지를 낭독하기에 앞서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 근거이고, 국민은 헌법을 만드는 힘의 원천"이라며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또렷한 목소리로 분명히 밝혔다.

또 "이 선고가 국론분열과 혼란을 종식 시키고 화합과 치유의 길로 나가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헌재의 결정으로 '촛불'과 '태극기'의 대립이 끝나길 바란다는 희망이었다.

이 권한대행은 가장 먼저 '국회의 탄핵소추 절차가 잘못됐다', '8인 재판부는 심판권이 없다'며 선고를 미뤄야 한다는 박 전 대통령 측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대목에서 박 전 대통령 측 대리인인 이중환 변호사의 표정은 어두워졌고, 이동흡 변호사는 수첩에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헌재는 탄핵사유로 인정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61·구속기소)에게 걸림돌이 되는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을 인사 조치했다는 점에 대해 이 권한대행은 "최씨의 사익 추구를 위한 인사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말했다. 양측에 긴장감이 흘렀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이 권한대행은 "304명이 희생된 참사였다", "모든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고통을 안겼다", "어떤 말로도 희생자들을 위로하기에 부족하다"며 거듭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재난상황이 발생했다고 해서 피청구인(박 전 대통령)이 직접 구조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등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 의무까지 바로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탄핵사유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를 탄압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누가 압력을 행사했는지 분명하지 않고 피청구인이 관여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탄핵이 혹시 기각되는 것일까. 방청석에 앉은 104명은 모두 이 권한대행의 입에서 나올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 권한대행은 1~2초간 목을 가다듬었다. 이어지는 말은 충격적이었다. 이 권한대행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최씨가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루K를 통해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대기업에 압력을 행사한 행위,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48·구속기소) 등을 통해 직무상 비밀 자료를 최씨에게 넘긴 행위 등은 모두 명백한 파면 사유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위배 행위는 재임 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며 "피청구인의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이라며 "헌법수호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박 대통령 대리인 이중환 변호사는 낙담한 듯 고개를 숙였다.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주문을 읽은 재판관들은 덤덤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만장일치 결정이었던 만큼 소수의견 낭독은 없었다. 퇴장하는 재판관 8명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92일간의 대여정을 마친 재판관들이었지만, 후련함보다는 안타까움이 비쳤다.

선고 직후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말없이 주변에 앉은 동료 의원, 대리인들과 악수했다. 그는 이번 탄핵심판에서 소추위원을 맡아 대통령 파면 결정을 끌어낸 장본인이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을 이끌었던 이동흡 변호사는 쓴웃음을 지었다. '탄핵 각하'를 적극 주장한 손범규 변호사는 동료 대리인들과 잠시 대화를 나누고 다급히 사라졌다.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그는 이번 탄핵심판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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