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연구, AI와 연계발전…영화속 '포스트휴먼' 나올수도"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 2017.03.20 03:00

김경진 한국뇌연구원장…인간 뇌 지도 완성되면 전혀 다른 AI 설계 가능

‘뇌’ 하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를 물었을 때 AI(인공지능)라고 답한다면 상당히 긍정적인 축에 속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치매부터 뇌경색, 뇌졸중, 뇌출혈 등 무시무시한 질병들을 연상케 된다. 같은 질문을 김경진 한국뇌연구원장에게 던졌는데 예상 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행복이죠.”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잠시 뜸을 들인 그는 “뇌 과학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테니까요”라고 부연했다.

13일부터 ‘세계 뇌 주간’ 행사에 참석중인 김 원장과 ‘왜 뇌를 연구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세계 뇌주간’은 1992년 미국 다나 재단에서 처음 개최한 뇌과학 축제로 세계 각국에서 매년 3월 3째 주에 열린다.

김경진 한국뇌연구원장/사진=한국뇌연구원
김경진 원장은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신경생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뇌 과학 분야 최고 석학이다. 그런 그에게 ‘뇌 연구가 뭐냐’고 물었다.

“뇌는 생명현상을 통제·제어하는 가장 중요한 기관이지만, 다른 과학기술 분야에 비해 너무 모르는 것이 많죠. 뇌 과학의 궁극적인 목적은 의식과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지만 마음의 작동 메커니즘은 아직 해명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우리가 뇌를 이해하게 되면 치매 등의 원인을 규명하고, 조기진단 방법이나 효과적인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거예요. 한마디로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기술이 뇌 연구에서 나오는 거죠.”

지난 9일은 구글의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이 대국을 치른 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김 원장은 ‘뇌지도’ 등 뇌 연구가 AI와 연계돼 발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알파고처럼 스스로 학습하는 AI는 바로 뇌의 신경망 원리랄까, 신경세포간 복잡한 네트워크를 본 딴 것이죠. 인간의 고등인지기능, 예를 들어 감성, 지성, 판단 등의 원리를 뇌의 신경회로에 기초해 풀어내고, 이를 AI 알고리즘 수준에서 모사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 뇌의 신경망을 뉴런 수준에서 밝혀내려는 ‘뇌 지도’ 연구가 완성되면 AI에 활용할 수 있을 거예요. 이를테면 차세대 AI 아키텍처를 설계하거나 전혀 새로운 AI를 디자인하는 데 뇌지도를 포함한 뇌과학 지식이 원리나 기반을 제공할 수 있을 겁니다.”


AI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의 대표주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분야가 ‘뇌-기계 인터페이스(Brain-Machine Interface·BMI)’다. 뇌와 기계를 연결해 컴퓨터나 기계를 조작하는 시스템이다. 사지 마비, 식물인간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위한 연구로 처음 등장했는데 최근에는 뇌파를 이용해 일반인들의 능력을 더욱 증강시키는 목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BMI는 의료, 재활 등 특수 목적으로 연구되던 분야였습니다.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움직여 커피잔을 가져오게 하거나 두 다리를 못 쓰는 환자가 로봇슈트를 입고 걸을 수 있게 하는 실험이 연이어 성공했죠. 최근에는 3차원(D) 프린팅 기술과 오픈 컴퓨팅 플랫폼 같은 기술이 대중화되면서 엔터테인먼트와 교육 목적으로도 연구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올해 초 페이스북이 뇌파를 통해 사용자들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이목을 끌었잖아요. 뇌연구원도 뇌인지·뇌공학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관련 기술 개발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올 하반기에 한국뇌연구원에서 문을 여는 ‘브레인 과학관(가칭)’에서 가벼운 수준이지만 BMI 체험을 직접 하실 수 있을 겁니다.”

AI와 BMI의 발달에 힘입어 인류가 새로운 인류, 즉 ‘포스트 휴먼’으로 진화한다는 SF(공상과학)적인 전망도 나온다. 가능한 이야기일까.

“인간의 뇌와 AI가 결합하거나 인간의 뇌를 컴퓨터 네트워크에 업로드하는 것은 미래에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이죠. 최근 흐름은 뇌와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영상화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특정 인지 기능을 알고리즘 수준에서 정확히 모사해 낸다면 컴퓨터를 통해 주고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영화속 얘기가 현실이 되는 거죠. 이런 기술이 발전하면 미래에 유체이탈이 현실화될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이에 따른 윤리적 문제가 미래사회에는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겁니다.”

다른 질환에 비해 치매 등 뇌질환은 치료가 매우 어렵다. 인류는 언제쯤 뇌질환을 정복할 수 있을까. “솔직하게 가늠하기 어려워요. 치매만 해도 유력하게 보이던 후보 치료제들이 임상시험에서 실패하면서 치매의 원인으로 불리는 ‘아밀로이드베타 가설’에 의구심이 생길 정도이니까요. 과연 2030년에는 정복할 수 있을지 없을지 지금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뇌가 다른 장기에 비해 복잡하다는 뜻이고, 그래서 더 집중적이고 융합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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