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촌스러운 복고…1992년생들의 록밴드 생존기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7.03.11 06:35

[인터뷰] 인디로 시작해 지상파 방송까지 '접수'한 록그룹 잔나비…"복고를 통한 창조에 관심"

세련되고 곱상한 외모의 1992년생 동갑내기 5명이 결성한 그룹 잔나비. 이들은 "어릴때부터 아날로그적 감성에 촌스러운 패션이 끌렸다"며 "선율도 '옛것'에 끌리고 복고를 통해 새로운 창조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1992년생 원숭이띠 멤버들이 모여 2014년 결성한 5인조 그룹 잔나비는 뼛속까지 복고(復古)다. 훤칠한 키, 곱상한 외모에도 이들은 70년대식 패션 점퍼에 통 넓은 바지를 입으며 촌스러운 이미지를 극대화한다. 홍대 거리에서도 이들의 패션을 보고 “아이 루즈”(I lose)를 외치는 복고 패셔니스타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게 소속사 측의 전언이다.

음악을 듣는 귀는 이미 수십 년 전 선율에 꽂혔다. 비틀스를 시작으로 에어서플라이 등 선율의 대가들이 뿜어내는 음 하나에 감동 받고 카피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힙합 세대의 아이러니다.

사용하는 악기라고 다를까. 나무가 까진, 투박한 악기들이 이들의 세련된 얼굴과 묘하게 대비된다. 김도형(기타)은 1978년 텔레캐스터를, 장경준(베이스)은 51년 스팅 커스텀 베이스를, 유영현(키보드)은 단종된 하모든 오르간을 비싼 가격에 각각 구입했다.

“사실 처음 시작할 때 만해도 빈티지 콘셉트는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마룬5 같은 최고 유행 음악을 꿈꿨어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몇 발 짝 뒤에서 쫓아가는 식이어서 한계를 느끼다 보니, 발상의 전환으로 우리가 진짜 좋아하는 음악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죠. 어릴 때부터 우리 세대 음악을 듣지 않았던 그 공통점이 지금의 우리 음악이 나오게 된 배경 같아요.”(최정훈, 보컬·리더)

이름 하여 ‘빈티지 팝’이라고 명명된 ‘잔나비표 음악’은 구제(舊製)의 산물이었다. 머리에서 발끝을 거쳐 뼛속까지 감싸 안았던 ‘옛것’은 이들에게 창조를 향한 새로운 시각이었던 셈.

리더와 한때 한방을 나눠 쓰던 윤결(드럼)은 “스피드 메탈에 꽂혀있던 나에게 이런 스타일의 음악은 처음에 낯설고 힘들었다”며 “하지만 은연중 내 맘에 스며든 아름다운 선율과 옛것의 미학에 금세 빠져들었다”고 했다.


컴퓨터로 다듬어진 최신 유행 음악은 데이터로 읽혔지만, 옛날 음악은 원초적으로 다가왔다. 머리가 아닌 가슴을 짓누르는 음악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시작되자, 멤버들은 시간이 갈수록 농익고 아련하고 그리움을 부르는 선율을 채취하는 데 재능을 발휘했다.

산울림의 ‘창문넘어 어렴풋이 옛생각이 나겠지요’보다 한 글자 더 길게 지어 옛것에 존경심을 담은 이들의 대표곡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은 레트로의 미학을 제대로 증명한다. 24살 청년들이 해석했다고 보기 어려운 연주와 표현, 감성이 이 한 곡에 오롯이 새겨졌다.

특히 바이브레이션 같은 기교 하나 섞지 않고 가슴으로 부르는 보컬의 아련한 감성은 잊고 살았던 사랑의 생채기를 반복적으로 소환한다. 이런 류의 음악을 어떻게 연주하고 부르고 소화하는지 이들은 꿰뚫어보고 있는 듯했다.

지난해 정규 1집을 내자마자 리스너들의 귀를 쏙 잡아끈 이들은 최근 인디 밴드로는 드물게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불후의 명곡’ 등에 잇따라 출연하며 잃어버린 감성 밴드의 면모를 부각한다.

멤버들은 조만간 발매될 2집에 대해 “‘빈티지 팝’을 베이스로 두면서 1집의 흔적은 답습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과거의 향수를 간직하면서 과거에 갇혀 살기 싫어하는 이들의 음악은 견고하게 성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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