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중요한 공부 있나요?"…학생들, 탄핵선고 TV시청 요구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이슈팀 남궁민 기자 | 2017.03.09 14:06

탄핵심판 선고 수업중 진행, 학생들 생중계 시청 요구… "정치적으로 민감" 교사들 고민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 저녁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고3 수험생을 비롯한 청소년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며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사진=뉴스1



#"선생님, 우리 내일 탄핵 선고 TV 보면 안되나요?", "공부보다 더 중요한 거 아닌가요?" 서울 시내 고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교사 A씨(39세)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지난 8일 선고일정이 10일 오전 11시로 발표되자 학생들이 선고 결과를 지켜볼 수 있게 해달라고 교사에게 요청하는 것. A교사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인데 자칫 정치적으로 오해를 살 수 있어 TV 생중계 시청을 허용해야 할 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일선 학교에서 선고 결과를 지켜볼 수 있게 해달라는 청소년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정치적 소신이 뚜렷한 중고등학생들의 경우 "이것보다 더 중요한 수업이 어디있냐"며 학교 및 교사측에 강하게 요구하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부를 결정짓는 '운명의 선고'는 10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1층 대심판정에서 시작된다. 전국민의 관심사인 만큼 TV로 생중계된다. 탄핵 선고는 결정이유를 먼저 읽고 맨 마지막에 주문을 읽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1시간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선고가 진행되는 시간은 일선 초중고교가 수업 중인 시간이다. 이 때문에 일부 학생들은 교실마다 비치된 TV를 통해 생중계를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고교 1학년 이모양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도 그 시간에 수업에 제대로 집중하긴 힘드실 것"이라며 "탄핵 인용이든 기각이든 역사적인 순간에 영어 단어를 외우고 수학 문제 하나를 더 풀라는 게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촛불 집회에 참가했었다는 고교 2학년 최모군은 "올림픽이나 월드컵 한국 결선 경기는 학교에서 시청한 적이 종종 있었다"며 "탄핵 선고는 나라의 운명을 결정짓는 그 보다 더 중요한 일인데, 눈 감고 귀 닫고 공부나하라는 건 학생들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에 대한 관심은 초등학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부모님을 따라 광화문 촛불 집회에 나갔었다는 초등학교 6학년 최민지양은 "제가 촛불도 들었는데 결과가 궁금해서 요즘 엄마한테 매일 어떻게 돼가고 있냐고 물어본다"며 "결과가 내일 나온다는 말을 듣고 너무 궁금했는데 엄마가 '너는 학교에 있을 시간'이라고 말씀하셔서 실망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탄핵 선고 시청 요구에 교육청 및 학교 차원의 지침은 없는 상황. 이 때문에 교사의 자율적 판단으로 TV생중계를 보여줄 지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경기도 소재 한 고등학교 교사 김모씨(40)는 "학생들이 TV로 생중계 볼 수 있냐고 어제부터 물어보는데 정치적으로 워낙 민감해 보여주기 쉽지 않다"며 "교장, 교감 선생님도 싫어하는 눈치고 특히 선고 결과와 반대성향을 갖고 있는 학부모들에게서 나중에 항의가 들어올 수 있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TV 생중계를 지켜보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진 않더라도 이후 혼란이 걱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교사 진모씨(45세)는 "결과가 궁금하기는 교사들도 마찬가지"라며 "아이들끼리 의견이 달라 찬반 갈등이 생길 수도 있고, 선고 결과가 나오자 선생님이 좋아하더라 싫어하더라 등의 판단을 해 학부모 귀에라도 들어가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한 교사는 "아이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생중계를 보지 않더라도 수업 중 결과가 나오면 결과만 짤막하게 말해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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