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2010년 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미미한 비중을 차지하던 '중국인 고객' 비중이 점차 늘기 시작한 것. 10% 비중을 차지하는 고객군으로 크기 시작하자 면세업계는 '새로운 손님'들을 맞이할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엔고'도 한풀 꺾인데다가 3월 발생한 동일본대지진 여파로 일본인 고객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면세업계는 갑자기 꺾이는 매출에 당황했지만 중국인 고객 증가세가 꾸준히 이어지며 타격을 모면했다. 이전까지 거의 없던 중국어 판촉물 제작에 나서고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도 채용했다.
2012년에는 처음으로 중국인 관광객 매출 비중이 일본인을 제쳤다. 이렇게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유커(중국인 관광객) 바람'이 시작됐다. 동시에 본격적인 '면세점 전성기'가 도래했다.
2016년까지 중국인 고객 비중은 전체 매출의 80%에 달할 정도로 늘었다. 2011년 면세업계 매출은 5조3716억원 규모였지만 지난해에는 12조2757억원으로 2배 넘게 커졌다.
면세점이 고성장하자 관세청은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도 발급했다. 2015년 6개였던 서울 시내면세점은 올 연말까지 13개로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유커와의 '밀월'은 이달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 당국의 한국 여행 금지령과 함께 한순간에 '악몽'으로 변했다. 과도한 중국 의존도가 오히려 독이 돼 돌아온 것이다.
면세업계는 중국당국이 15일 이후 한국여행 상품 판매금지를 못박음에 따라 매출의 40~50%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1년반 동안 문을 연 HDC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한화갤러리아면세점, 두타면세점 등은 아직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결정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오픈 준비를 하고 있는 신규면세점도 3곳이나 된다.
매출과 함께 점점 자리가 늘어난 '고용'도 흔들리게 됐다. 면세업계의 고용인원은 2010년 1만명이 넘은 데 이어 2012년 1만5000여명, 지난해 2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4월 관세청이 4개 면세점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을 때도 5000명 이상의 추가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제 업계 일자리도 수년 전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감돌고 있다.
롯데, 신라 등 국내 대표 면세점들은 수년 전부터 국내 시장 포화에 대응해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왔다. 롯데는 2012년 이후 인도네시아, 괌, 일본 간사이·긴자 등에 면세점을 내왔고 신라는 싱가포르, 마카오, 태국 등에 진출해 매출액의 15% 이상을 해외에서 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시장을 개척하는 단계인만큼 '주고객'인 중국인 감소에 시급한 대응책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 면세업계는 일본인 고객 감소와 맞물려 중국인 고객이 늘면서 효율적인 '손바꿈'을 했다고 자부해왔다"며 "고객 다변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지만 이렇게 급작스럽게 중국인 고객이 '반토막' 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개별 기업의 고객 유치 노력도 영향을 미치지만 정치적 요인, 환율 등에 따른 관광객 방문 추이가 가장 '큰 흐름'인만큼 대응책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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