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처음 마주한 최순실·차은택 '진실공방'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 2017.03.07 17:42

국정농단 사태 후 법정서 첫 만남…차은택 "미르재단 모든 결정권, 최순실에게" 증언

광고감독 차은택씨 /사진=홍봉진 기자
'비선 실세' 최순실씨(61·구속기소)의 측근으로 활동하며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했던 광고감독 차은택씨(48·구속기소)가 미르재단 설립의 모든 결정권이 최씨에게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 같은 증언은 미르재단 설립을 차씨가 주도했다는 최씨 측 주장과 상반된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서 마주한 최씨와 차씨는 서로 눈길도 주지 않으면서 치열한 진실 공방을 펼쳤다.

차씨는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진행된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구속기소)의 18차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나와 미르재단 설립 과정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차씨는 처음 재단 설립 이야기를 들은 경위에 대해 "최씨가 '문화재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를 막연히 했었다"며 "나중에 재단이 실제 설립될 때는 명확히 재단 설립 목적을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후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융성을 국정 기조로 삼고 있는데 속도가 나지 않고 있으니 민간에서 주도를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차씨는 또 "최씨와 함께 미르재단 사무실 계약을 최종 확정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는 "모든 결정권은 저한테 있지 않았고, 최씨에게 있었다"고 강조했다.


미르재단 인사에 대해서는 "최씨의 부탁으로 2015년 초부터 미르재단 인사를 꽤 많이 추천했다"며 "추천하면 최씨가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정하지 않았고, 관련 서류를 들고 어디론가 가서 2∼3일 뒤 '누군가'의 의견이 반영된 내용을 이야기해줬다"고 말했다. 이에 검사가 "'누군가'라는 것은 대통령을 뜻하는 것이냐"고 묻자 차씨는 "지금은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차씨는 또 "최씨가 '문화체육관광부 등 공직자 인사도 추천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이 때 '좌편향 인사'를 배제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체부 장관 등을 추천할 때 최씨가 정치적 성향에 굉장히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차씨는 이날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것에 대해서는 "너무 수치스럽다"고 말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최씨는 차씨와 고영태씨가 국정농단의 주범이라고 주장한다"고 검사가 말하자 "최씨는 '대통령이 문화융성을 가장 깊게 생각한 분이다. 욕심내지 말고 대한민국 문화를 위해달라'고 이야기했다"며 "제 잘못도 있지만 최씨도 너무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차씨는 "저는 정말 욕심내지 않고 일했고 언젠가는 보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지금 최씨뿐 아니라 그 일을 주도적으로 지시했던 사람들이 모두 다 '본인이 아니다'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당하게 한번 만 인정하면 그때 그렇게 일했던 것이 수치스럽지 않을 것 같은데 지금은 너무 수치스럽다"며 "사실관계를 떠나 최씨는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스트 클릭

  1. 1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2. 2 "390만 가구, 평균 109만원 줍니다"…오늘부터 자녀장려금 신청
  3. 3 "욕하고 때리고, 다른 여자까지…" 프로야구 선수 폭로글 또 터졌다
  4. 4 동창에 2억 뜯은 20대, 피해자 모친 숨져…"최악" 판사도 질타했다
  5. 5 차 빼달라는 여성 폭행한 보디빌더…탄원서 75장 내며 "한 번만 기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