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이 선이고 원자력은 악? 국익 극대화가 최우선"

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 2017.03.08 05:04

[피플]조석 경희대 초빙교수 "에너지문제, 가치중립적 접근해야 해법"

조 석 경희대 초빙교수./사진=머니투데이 DB

“에너지정책은 ‘선·악’의 가치판단 대상이 아니다.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국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가치중립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조 석 경희대 초빙교수는 국내에서 손 꼽히는 에너지전문가다. 행정고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해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까지 지내며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부지 선정, 에너지기본법 제정 등 에너지 분야에서 굵직한 성과를 냈다.

32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 한 뒤에는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으로 3년간 에너지산업 현장을 뛰었다. 에너지 분야에서 룰메이커와 플레이어 역할을 모두 경험한 셈이다. 최근에는 35년간의 경험과 성찰을 녹여낸 ‘새로운 에너지 세계’라는 책을 출간했다.

조 교수는 에너지정책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발전이 최우선 과제이던 시설에는 경제성을 중시했지만 석유파동 이후 수급안정성이 화두가 됐다. 기후변화 대응과 국민의식 제고 등의 영향으로 이제는 환경성·안전성을 고려한다. 이런 흐름을 무시한 채 과거의 에너지정책에 얽매어 있으면 에너지 분야의 갈라파고스로 남을 수 있다는 게 조 교수의 우려다.

조 교수는 “에너지의 특성상 환경성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수급안정이나 경제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며 “우리가 고려해야 할 변수가 더 늘어난 것이고 복잡한 변수를 모두 반영해 최적의 ‘에너지믹스’를 찾아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조 교수는 무엇보다 에너지정책에 대한 가치중립적 시각을 꼽았다.

조 교수는 “일각에서는 신재생에너지는 마치 선이고 원자력은 악인 것처럼 인식한다”며 “원자력업계를 범죄집단에 비유한 ‘원자력마피아’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독일, 중국 등 주요 국가의 에너지정책을 들여다보니 모두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에너지정책에 접근한다”며 “국내의 잣대라면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독일은 선한 국가이고 (원자력 비중이 높은) 프랑스는 악한 국가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우리처럼 부존 에너지 자원이 전혀 없는 국가는 에너지정책이 결국 에너지믹스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느냐의 문제”라며 “원자력은 불안해서 쓰지 말자, 석탄은 온실가스 때문에 쓰지 말자, 가스는 비싸니 쓰지 말자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을 총망라하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과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벌써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등 각 전원별 비중을 놓고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조 교수는 에너지믹스를 둘러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먼저 가용한 정책수단을 다 동원했을 때 가능한 현실적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도출해야 한다”며 “그 다음에 환경성은 좋지만 상대가격이 높은 가스를 어느 정도 가져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신재생과 가스가 정해지면 남은 부분을 원자력과 석탄으로 나눠야 한다”며 “이 때 중요한 것은 국민에게 다양한 변수를 그대로 알리고 이해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특히 원자력과 관련해서 “노후원전 가동중단 등의 문제는 ‘비싸게 신차 살 것이냐, 저렴하지만 쌩쌩한 중고차를 살 것이냐’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며 “하나하나 다 꺼내놓고 가치중립적으로 차근차근 접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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