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시위 대신 축사로 새 행장 맞은 수출입은행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 2017.03.07 14:40

노조위원장 이례적 '환영사'…옛 재정부 일화 즉흥적으로 소개하며 '의사소통' 강조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 본점에서 열린 제 19대 한국수출입은행장 취임식에서 최종구 신임 수출입은행장이 취임사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수출입은행
"제 방에 들어올 때 고개를 너무 숙여서 인사하지 말고 목례만 살짝 해주세요."

7일 19대 한국수출입은행장으로 첫 출근한 최종구 행장이 노조로부터 이례적인 '환영'을 받으며 임기를 시작했다. 최 행장은 관료 출신으로 소위 말하는 '관피아'다. 그럼에도 통상 첫 신임 행장 출근일 은행 앞에서 노조가 외치던 '낙하산 행장 반대' 구호는 없었다. 오히려 노조위원장이 이날 취임식에서 "수은 역사에서 가장 명예로운 행장으로 남으시길 기원한다"며 '환영사'로 새 행장을 맞는 유례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수은 관계자는 "전날 신임 행장과 노조가 처음 만나 허심탄회하게 의사소통을 잘 해서 취임 첫날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취임사에서도 그는 직원들에게 격의 없는 소통을 당부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보통 딱딱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는 취임식과 다르게 임직원들 사이에서 웃음도 터져나왔다.

그는 "국장이 되면서부터 독방을 쓰게 돼 의사소통이 어려워지는 것 같아 사무관이 국장방 들어올 때 인사하지 말도록 했다"며 배포된 취임사에 적혀 있지 않던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시절 일화들을 즉흥적으로 소개했다. 그는 "인사하면 경직해서 말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런건데 나중에 과장들이 사무관들이 인사 안하는 걸 못참겠다고 해서 목례로 타협을 봤다(웃음). 수은에서도 제 방에 들어올 때 고개를 너무 숙여서 인사하지 말고 목례만 살짝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이었던 최 행장은 "금융위기 당시 외환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매일 저녁 언론을 대응했다"며 "위기 타파를 위해서는 우리 내부에서부터 상하간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직장(서울보증)에서 좋아했던 부장이 있는데 저에게 전화를 많이 했다. 수은에서도 그러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원들에게 특히 당부드리는 말씀은 상하관계가 아니라 동료로 생각해달라는 것"이라며 "지금 하는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그는 "(재정부 시절) 보고서도 비밀서류 아니면 맨손으로 들고 오라고 했다"며 "보고서 작성에 시간을 많이 쓰고 회의가 언제 끝날지 모르게 지리하게 이어지는 것은 비용개념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 보고할 때 불필요한 노력부터 줄이자"고 당부했다. 취임식에서 탈권위적인 면모도 눈에 띄었다. 임직원들이 기립해서 행장을 맞이하자 겸연쩍어 하며 "앉아달라"고 한 그는 취임식을 마치고 나갈 때도 "기다리지 말고 직원들이 먼저 이동해달라"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언론 등에 적극적으로 응대해 수은에 대한 '오해'를 풀겠다고 강조했다. 취임사에 적힌 "수은의 업무 특성상 국회, 정부, 언론 등과의 협력관계가 매우 중요한만큼, 이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들을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는 대목을 읽던 중 그는 "수은에 대한 왜곡되고 부당한 외부의 시각을 바로잡겠다"고 '대본'에 없는 발언을 강한 어조로 남기기도 했다.

직원들의 환영 속에 취임 첫날을 맞았으나 최 행장의 앞날엔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당장 유동성 우려가 끊이지 않는 대우조선 해법이 안갯속이다. 수은은 대우조선에 10조원 이상 신용을 제공한 최대 채권은행이다. 대우조선에 빌려준 여신에 충당금을 쌓게 되면서 지난해 창립 이래 약 1조원의 첫 적자를 냈다. 대우조선 여신에 추가 부실이 불거지면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대우조선 외 수은이 주로 지원해 온 중후장대 산업의 업황 회복이 쉽지 않다. 자본적정성 유지를 위해 수조원의 출자를 잇달아 받으며 여론의 질타도 받아왔다. 최 신임 행장이 위기의 수은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주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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